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2일 “국정 안정과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와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층의 단합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등으로 심화된 정치 갈등을 봉합하고 12·3 비상계엄 사태로 악화한 민생 문제와 여객기 참사 수습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정부 시무식에서 “굳건한 외교·안보, 흔들림 없는 경제, 국민의 안전 확보, 화합과 통합 등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삶의 토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현실적 해법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최 권한대행은 “트럼프 미국 신정부 출범에 대비해 외교, 안보, 통상 등 분야별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미국 등 주요국과도 긴밀히 소통 협의해 나가겠다”고도 말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소집한 임시 국무회의에서도 경제적 충격을 우려해 반대 의견을 냈던 최 권한대행은 경제 분야 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안정적 경제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정부는 금융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해외 신용평가사, 해외 투자자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대외 신인도를 최우선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말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할 당시에도 “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경제 문제를 이유로 제시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경제논리를 앞세워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적극 지지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시무식에서 사전 신년사 원고와 달리 “최 권한대행에 대해 여러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비판을 하는 분들은 최 권한대행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도 같이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 총재는 시무식 직후 기자실을 찾아서도 “최 권한대행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계속 탄핵 위협 가운데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제 사령탑이 탄핵당할 위험은 굉장히 줄어든 만큼 여·야·정 협의를 통해 경제를 안정시킬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고 최 권한대행을 엄호했다.
이날 최 권한대행은 공직자들을 향해 “국내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국민들의 상심과 불안이 크다”며 “국민들께서 염려하지 않고 일상을 영위하실 수 있도록 국정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공직자들이 전심 전력을 다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또 “나라가 어려울수록 공직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공직자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결정이 윤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평소 최 권한대행을 가장 아끼는 참모로 꼽았다고 한다. 2022년 6월7일 초대 대통령실 경제수석인 최 권한대행의 생일을 맞아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피자로 번개 오찬을 열고 직접 생일을 축하해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단행에 여권 내부의 반발이 더 거셌다는 평가도 있다.
최 권한대행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전날 일괄 사의를 표명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은 하루 만에 모두 잔류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정 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 참석자들은 사직과 관련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정 실장의 사퇴를 만류했고, 정 실장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도 정 실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자리를 지키도록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최 권한대행과의 연락 내용을 수석들에게도 공유하며 상황을 설명했고 수석들은 거취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 권한대행에 대한 참모들 불만은 여전히 누그러지지 않은 분위기다.
용산 참모들이 입장을 바꾼 데에는 최 권한대행의 설득뿐 아니라 여당의 부정적 반응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대통령실 참모진이 일괄 사퇴할 경우 국정 혼란이 심화하고 야권에 공격 빌미만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진웅 전 대통령실 메시지비서관이 윤 대통령의 법적 대응을 돕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 전 비서관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달 27일 사직 후 윤 대통령 변호인단 공보 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참모가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