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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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 않겠다더니… “尹, 공권력 부정” 비판 비등

3차례 압수수색·4차례 소환 불응
편지 선동에 “지지자 방패 삼아”

“국민들은 수사상황 짐작도 못해
검사 출신 대통령 무책임한 행태”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수사 절차를 부정하고 나서면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무리하게 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데 더해 지지자를 방패 삼아서까지 영장 집행을 방해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해 수사기관의 모든 수사 절차를 거부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지난 한 달간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3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는 해당 장소가 ‘군사·공무상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며 번번이 거부했다.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는 총 4차례 불응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마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했고, 영장 전담 판사가 임의적으로 형사소송법 110·111조 적용을 배제했기 때문에 불법 무효’라고 주장하며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영장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더해 이날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전날에는 한남동 관저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윤 대통령 친필 사인이 담긴 서한을 보내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많은 지지자가 관저 앞에 모일 경우 수사기관이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영장 집행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사태 초기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사 출신 A 변호사는 “체포라는 공권력 집행을 대통령이 저항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끝까지 관저 밖으로 안 나올 수는 없고 시간을 좀 벌려고 하는 것인데, 나중에 헌법재판과 형사재판에서 대통령에게 다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검찰총장 출신으로 유례없이 대통령직에 오른 윤 대통령이 공권력을 부정해 법치주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B 교수는 “(윤 대통령 측이) 노골적으로 국가 공권력 행사에 대해 전면적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평생 검사를 했던 사람이 이렇게 수사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전혀 짐작조차 못 할 정도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의 수사권을 문제 삼는 모습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아니라 다른 주체가 영장을 청구했더라도 불응했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윤 대통령 측이 내란죄에 있어 공수처뿐 아니라 검찰의 수사권도 부정하고 있어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가 둘러싸인 나무들 사이로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공수처법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에서 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수사할 권한이 없다”면서도 “공수처도 수사권이 없다. 공수처법이 정해놓은 (수사) 죄명에 내란죄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이 ‘공수처, 검찰, 아니면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냐’고 되묻자 “그건 말씀 못 드리겠고, 수사 체계상 법적 결함이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답을 피하곤 서둘러 브리핑을 마쳤다.

 

형사소송법 110·111조 예외 적용 문제에 대해 C 변호사는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판사가 영장에서 법률 조항을 예외 적용하는 것이 무리였다고 해도 그렇게 발부된 영장 전체가 무효라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체포영장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날 “배당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적법 요건 검토를 포함해 사건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희연·안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