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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시장 미발달…재벌 중심 구조·지나친 규제 지적도 창업 부호가 많이 나오지 못하는 핵심 배경으로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틀에 박힌 자본시장이 창업에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상조 교수는 "미국에서 10년, 20년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자본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과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이 전통산업이든 첨단산업이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을 찾아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의 자본시장이 역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주문했다. 그는 "우리가 한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일본의 금융산업도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임상혁 상무도 "벤처 자금을 지원해주는 쪽에서는 돈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정작 벤처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면서 "자금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줄 때 기술을 평가할 능력이 없으니 아직도 담보를 가져오라고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박주근 대표도 "신진 산업이 융성하려면 자본 흐름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자본이 대기업집단에만 몰려 있고 새로운 산업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표는 "재벌이 산업을 지배하고 골목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재벌이 경제력을 오남용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와 달리 역동적이지 못하고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린 재벌 3세가 부를 지키는 쪽의 의사 결정만 하다 보니 산업이 기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재벌 3세가 새로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경련의 임 상무는 재벌에 대한 비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각종 규제를 비롯한 제도적 한계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업 수가 우리는 1만개, 미국은 3만개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규제 때문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제한된 것"이라면서 "기업이 커질수록 수많은 규제가 생기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성을 살리지 못하는 교육도 창업가의 출현을 가로막는다면서 "빌 게이츠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으면 크게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안정적 직업 선호…"금수저 아니면 성공 어렵다고 창업 포기" '코리안드림'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생 가운데 창업을 희망한 사람은 6%에 불과했지만 중국은 41%나 됐다. 보고서는 한국이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인데다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창업 활기가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의 임 상무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이 공무원이나 의사가 되기를 바라지 창업을 권하지는 않는다"면서 "안정 지향형으로 가는 사회 풍토부터 문제"라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세습 부자가 아니면 위로 올라갈 길이 막혀 버렸다"면서 "똑똑한 젊은이들은 의사나 변호사만 되려고 한다. 비즈니스로 성공할 가능성이 너무 낮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도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모로부터 상속한 부에서 얻는 수익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논문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을 보면 상속·증여가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은 1980년대 연평균 27.0%에서 2000년대에는 42.0%로 크게 늘었으며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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