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가 확정돼 교정시설에서 복역 중인 수형자가 다른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할 경우 사복을 입어도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4일 미결수와 달리 기결수는 수사·재판 때 사복을 입을 수 없도록 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8조를 상대로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수형자라도 다른 사건 재판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사복 착용을 금지하면 검사나 판사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사복 착용 금지는 이미 수형자 지위로 크게 위축된 피고인에게 인격적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형사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단정한 뒤 “해당 법률 조항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저해할 우려가 커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헌재는 해당 법률 조항을 단순 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즉각 효력을 잃어 교정행정에 큰 혼란이 생기는 점을 감안해 위헌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택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 조항은 당분간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헌재는 “해당 법률 조항을 2016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국회에 촉구해 2017년부터는 효력을 상실토록 했다.
기결수가 형사재판이 아닌 민사재판에 출정하는 경우는 어떨까. 헌재는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민사재판의 경우는 사복 착용 금지가 위헌이 아니다”며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판사가 원·피고의 복장에 따라 불리한 심증을 갖거나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정미·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사복이 아닌 죄수복을 입었을 때 수치심과 모욕감, 위축감을 느끼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민사재판도 다르지 않다”며 위헌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