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 “달리는 코끼리에 올라타라”… 車업계, 인도 진출 러시

인도 ‘모터라이제이션’ 급속 진행… 세계 3대시장 부상
‘모터라이제이션’이 빠르게 진행되는 인도가 올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남한의 33배에 달하는 면적에 13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사는 인도를 주목하는 배경이다. 14대 총리 만모한 싱은 인도 경제의 발전상을 ‘달리는 코끼리’에 비유했다. 코끼리는 움직임이 굼뜨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 아주 빠르기 때문에 올라타기 힘들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인도는 달리는 코끼리 만큼 고도의 경제성장을 거뒀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앞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비가 늘고 중산층이 급증한 때문인데, 특히 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던 인도에서 승용차를 사는 모터라이제이션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현주소와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을 소개한다.

◆‘이륜차 국가’ 인도, 승용차 소비 급증

4일 코트라 등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6번째 자동차 생산국이자 세계 2번째 이륜차 생산국이다. 자동차시장에서 이륜차 점유율은 79.4%에 이른다. 인도 자동차시장의 규모는 수요 증가와 혁신적 기회 창출, 외국인 투자 증대, 정부의 연구·개발(R&D) 장려 정책 등에 힘입어 2013년 677억달러에서 올해 145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자동차산업협회(SIAM)에 따르면 2014년 4월∼2015년 3월 자동차 생산량은 승용차 322만대, 상용차 69만7000대, 삼륜차 94만9000대, 이륜차 1849만9000대 등이다. 흔히 오토바이로 불리는 이륜차 생산량이 승용차의 6배에 달한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인도에 주목하는 건 승용차 내수판매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서다. 이륜차 소비도 한동안 증가하겠지만, 승용차 판매 증가율이 2020년까지 이륜차의 거의 2배로 확대되면서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승용차 소비 증가율이 이륜차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실제 2000년 200만대였던 인도 내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260만대로 늘었다. 이에 따라 2015년 322만대였던 승용차 생산량도 2020년 10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이륜차 생산량은 2015년 1849만9000대에서 2020년 3400만대로 증가세가 주춤할 전망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승용차의 연평균 생산 증가율은 25.59%인데, 이륜차는 12.94%로 절반 정도로 예상된다. 소득 증가 등으로 오토바이를 타던 인도인이 점차 승용차로 갈아타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車업계

인도에 진출한 세계 유수 자동차업체들의 공통점은 급성장하는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생산기지를 세우고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수출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는 아직은 소비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반면 수입관세는 높아 자동차 완제품을 수출해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자동차업체가 대부분 초기 대형차보다 중·소형차 위주로 현지 생산전략을 잡은 이유인데, 앞으로 소비 수준이 더 커지면 중·대형차 수요도 늘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진출 ‘러시’는 인도의 업종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현황을 살펴봐도 뚜렷하다. 한때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이 가장 많은 외자를 끌여들었지만, 2016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자동차가 10억94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컴퓨터(25억5600만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최근 3년간 전체 FDI에서는 5위권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투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가 완화되는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올해 자동차산업은 인도 전체 GDP의 10%에 달하고, 2500만명이 추가로 관련 업계에 종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인도 승용차시장 1위 업체는 일본의 마루티 스즈키로 4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가 15%, 인도 자체 브랜드인 마힌드라가 10%, 타타 모터스가 8%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연간 150만대를 생산하는 마루티 스즈키는 2017년 중반부터 25만대를 증산할 계획이고, 2014년 3개 공장에서 18만대를 양산한 혼다는 최근 2·3공장에 1억5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GM은 판매 부진으로 올해 구자라트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지만 2020년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해 기존 13만대에서 22만대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2025년까지 연간 40만대 양산, 인도 전략차종 10종 출시 등을 공표한 바 있다.

닛산도 5년간 50억달러를 투자해 2019년까지 점유율 10%를 달성할 계획이고, 포드도 기존 44만대 생산에서 올해 61만대로 늘릴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독일차 브랜드들도 공장 증설과 딜러십 확충을 통해 미래 인도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