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04 20:00:49
기사수정 2016-01-04 20:58:54
재계 총수 2016 신년사 화두는
재계 수장들이 2016년 경영 화두로 제시한 키워드는 ‘위기 돌파’와 ‘미래 경쟁력’이다. 올해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한편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재계 수장들은 4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고도화, 안정적 수익성 확보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자고 주문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저유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시장 불안 등 대외적 환경이 악화일로에 있고, 가계부채 증가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는 만큼 내실을 꾀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만이 ‘살길’이라고 역설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 자동차 산업은 기존 메이커 간 경쟁 심화와 함께 자동차의 전자화에 따른 산업구조적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 인사모임에서 “전자, 화학 등 우리 주력산업이 신흥국의 도전을 받으면서 산업구조상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혁신기업들은 이전과 다른 사업 방식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역량을 철저히 분석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올해는 국내외 경영환경이 상당히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우려가 크긴 하지만 SK는 ‘패기’(일과 싸워 이기는 기질)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며 혁신, 솔직함과 신뢰에 바탕을 둔 기업문화 등을 주문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전날 신년사를 통해 “시대에 맞지 않는 기존 관습과 제도를 모두 버리고, 열린 마음과 자유로운 사고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어 “경영 투명성 확보와 준법경영은 우리 그룹이 준수하는 핵심 가치”라며 “건전한 경영활동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수익성 확보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강조했다. 허 회장은 이날 ‘GS 신년모임’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실력과 경쟁력을 갖추었다 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을 부단히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익성 확보와 더불어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경북 포항 본사로 내려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제고와 사업구조 혁신을 당부했다. 권 회장은 “지금까지는 재무구조 개선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면 올해는 수익성 관점에서 숨어 있는 잠재 부실까지도 제거하는 철저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땅콩 회항’ 사건의 여파를 경계했다. 조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올해의 화두로 ‘행복’을 정하고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는 기업문화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김승연 한화 회장은 “‘혁신과 내실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기반 구축의 해’로 삼아 일류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에서는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대신 이재용 부회장이 새해부터 주요 계열사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하고 올해 목표와 전략 점검에 들어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 용인 기흥사업장을 방문해 삼성전자 DS(부품) 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과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오후에는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와 IM(IT모바일), 삼성SDS 경영진과 주요 임원을 만났다. 5일 오전에는 서울 서초사옥에 입주해 있는 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을, 오후에는 태평로사옥에서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갖는다.
황계식·박성준·나기천 기자
cul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