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올 경영 키워드 "바뀌어야 산다"

수장들 신년사서 변화·혁신 강조 은행권 수장들은 새해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경영화두로 던졌다. 올 한 해는 ‘G2 리스크(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로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터넷전문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은 은행권의 판도 변화를 몰고 올 복병으로 꼽힌다.

은행가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리딩뱅크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모바일 뱅크 출시, 비대면 거래 개시 등 핀테크 기반 닦기에 역량을 집중한 은행들이 그야말로 ‘사활을 건 영업전쟁’에 돌입할 태세다.

◆변화 40번, 혁신 31번 등장

세계일보가 4일 6개 시중은행 최고경영자(KEB하나은행은 은행장 신년사를 내지 않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대체)의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고객’이 80번으로 가장 많이 쓰였고, ‘변화’(40번)와 ‘혁신’(31번)이 그 뒤를 이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변화와 혁신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지속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변화를 9번, 혁신을 2번 언급하며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모바일 뱅킹, 로보어드바이저 확산 등 금융 전반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며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혼돈과 변화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도전과 혁신으로 경쟁의 프레임을 달리하는 탁월함을 이뤄가야 한다”고 하면서 변화를 3번, 혁신을 4번 말했다.

이날 취임한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농협은행은 농협의 안정적 수익센터 역할을 해야 하는 소명이 주어져 있다”며 “농협은행이 한 단계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새로운 변화를 성공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뜻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상황에 맞도록 적시에 적응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응형무궁(應形無窮)’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행장의 신년사에 변화는 5번, 혁신은 1번 등장했다. 

변화와 혁신을 가장 강조한 사람은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었다. 신년사에서 두 단어를 각각 17번씩 사용한 권 행장은 “변화는 어렵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며 “변화에 한 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가 새로운 도전과 창조적 성장을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20번)과 ‘도전’(15번), ‘핀테크’(14번), ‘비대면’(11번), ‘해외’(9번)도 신년사에 빈번하게 등장했다. 여기에는 해외 진출과 비대면 거래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은행권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화합, 우리은행은 민영화 강조

지난해 9월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과 합병한 뒤 첫 새해를 맞이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유난히 화합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는 오늘의 하나금융을 있게 한 정신”이라며 “그룹이 진용을 갖추고 새 출발하는 지금 우리에게 이 초심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속, 출신, 경험 등이 모두 다르지만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고객을 향한 일치된 마음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최근 우리은행의 기업가치와 장기적 비전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해외 투자자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서 민영화 시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크다”며 “민영화를 위해서는 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 상승이 시발점이므로 2016년에는 모든 면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강한 은행을 기필코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