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마다 투자… "올 813만대 판매"

현대·기아차, 작년 실적 801만대
목표 못미쳤지만 전년보다 0.13%↑
세계 경제 둔화… 목표 이례적 하향
中·멕시코 투자… 역발상 ‘승부수’
쌍용차는 12년 만에 최대 실적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 실적이 총 801만5700여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0.13%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 원래 목표 820만대에선 18만4000여대 미달한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새해 글로벌 판매 목표로 지난해 실적보다 11만여대 늘어난 813만대를 설정했다. 연도별 목표를 하향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새해 자동차 시장 여건이 험난한 상황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4일 현대차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새해 글로벌 판매 목표로 813만대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어려운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전년에 이어 800만대 이상의 판매를 달성했다”고 임직원을 치하하며 이 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공시를 통해 보다 상세한 2015년 판매 실적을 밝혔는데, 현대차는 전년과 거의 동일한 총 496만4837대를 판매했다. 기아차는 전년보다 0.3% 증가한 305만908대를 기록했다. 사실상 정체 상태인데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자동차 판매가 둔화한 탓이 제일 크다. 인도를 뺀 중국, 브라질, 러시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신흥시장 대부분에서 성장 둔화 또는 침제가 지속됐다.

‘글로벌 813만대’라는 현대·기아차 새해 목표 역시 세계 경제의 저성장 지속을 감안한 상한선으로 풀이된다. 미국·유럽 시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판매 증가세 둔화와 함께 더딘 경기회복, 테러 확산 등의 악재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브라질과 러시아도 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 실적이 계속 감소할 예상이다. 국내 시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후유증과 신차 효과 축소 등으로 전체 판매 규모가 3.1%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 상태다. 다만 중국의 경우 현지 공장 가동 및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투입 확대에 따른 회복세가 기대된다. 인도 역시 금리인하·저유가 등 구매여건 개선 및 신차 출시 확대로 고성장 추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 특유의 역발상 전략이 이번 국면에선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0년 초반 중국 현지 외국업체 철수 흐름 속에 북경현대 발족, 미국 경제위기인 2007년 기아 조지아 공장 착공, 러시아 경제위기인 2008년 러시아 공장 착공 등 위기 때마다 역으로 투자를 확대해 성과를 거둬왔다. 이번에도 러시아·브라질 시장 확대, 멕시코·중국 신공장 투자 등으로 특유의 승부수를 건 상태다.

한편 한국GM은 지난해 국내에서 경차 스파크만 5만8978대를 파는 등 국내외에서 총 62만1872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4% 줄어든 규모이나 15만8404대 판매한 내수 실적은 2002년 한국GM 설립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또 르노삼성은 지난해 QM3 2만4560대, 닛산 로그 11만7560대 등 총 22만9082대를 국내외에 판매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34.9%나 증가한 규모다. 쌍용자동차는 신차 티볼리 열풍에 힘입어 14만4764대를 판매해 12년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