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범서방파'된 함평식구파 조직원, 범죄단체 가입 '무죄'

수감생활 중 자신이 속했던 조직이 범서방파와 통합되는 바람에 졸지에 범서방파 조직원이 된 이들이 '범죄단체 가입'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2심은 '범죄단체 가입'의 경우 "폭력범죄 단체에 새로 들어가겠다고 하는 의지를 벌하려고 만든 것으로 기존 조직을 탈퇴하지 않는 것을 처벌키 위함은 아니다"라며 무죄로 본 이유를 밝혔다.6일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범서방파에 행동대원급 조직원으로 가입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이 선고됐던 A(42)씨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A씨와 함께 범서방파 조직원 식사자리에 참석했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다른 조직원 B(38)씨도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관련법이 '가입'을 처벌하려는 취지는 폭력범죄 단체에 새로 들어가겠다고 하는 의지를 벌하려는 것"이라며 "범서방파와 통합 당시 함평식구파에서 탈퇴하지 않았단 이유로 피고인에게 이런 의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인들의 말을 종합할 때 검찰이 문제 삼은 범서방파의 식사 자리도 실은 A씨의 가입자리가 아니라 함평식구파 출신의 같은 고향 선배들과의 일상적 친목 모임이었을 수 있다"고 무죄로 본 근거를 밝혔다.

A씨는 20세였던 1993년 조직에 발을 들였다. 그는 범서방파를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하다 '함평식구파'에 2004년 정착했다.

2008년 음주운전과 공문서부정행사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A씨는 함평식구파가 2009년 6월 범서방파와 통합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 형기를 마친 A씨는 2009년 가을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열린 범서방파 조직원 회식에 참석해 인사했다.

이듬해 조직 단합대회에선 "우애 있게 생활 잘하자"며 건배사를 외쳤다. 동료 조직원들에게 몇백만원씩을 쥐여주기도 했다.

검찰은 출소 후 식사자리가 A씨의 새 범서방파 정식 가입자리라 보고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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