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우람 "대형 계약은 불펜투수 평가 바꾼 선배들 덕"

FA 계약으로 두번째 이사…"다시 신인이 된 기분"
2016년, 정우람(31·한화 이글스)이 인생에 큰 변화를 겪는다.

2004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군 생활 2년을 포함해 12년을 인천에서 살아온 정우람은 곧 대전으로 이사한다.

최근 훈련하는 곳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다.

정우람은 6일 "부산 출신인 내가 SK에 지명돼 인천으로 향할 때는 정말 즐거운 마음뿐이었다. 대전으로 이사를 준비하는 지금은 조금 더 복잡한 심정이다"라며 "SK에서 좋은 지도자와 선배를 만났고 그 덕에 좋은 대우를 받고 한화에 입단했다. 2004년에는 나 혼자였지만, 지금은 가족도 있다"고 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생애 두 번째 장거리 이사를 준비하는 정우람은 2004년 초심을 떠올린다.

그는 "2004년처럼 신인이 된 기분이다. 뭐든 게 새롭고 '잘하고 싶다'는 의욕도 생긴다"고 말했다.

2015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정우람은 한화와 4년 84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했다.

역대 불펜 투수 중 최고 대우였다.

아직 젊지만, 경험은 풍부한 현역 최고 왼손 불펜 투수를 한화는 간절하게 원했다.

정우람은 "운이 따라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좋은 대우를 받았다"며 "선배 투수들이 불펜에서 활약하며 불펜 투수에 대한 시선을 바꿔놓으셨다. 나는 그 덕을 봤다"고 겸손해했다.

사실 정우람도 '불펜 투수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한 투수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책임감도 느낀다.

그는 "좋은 대우를 받았으니 지금 내가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은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며 "건강하게 내 공을 던지고 싶다. 내가 선배들 덕을 본만큼 후배 투수들에게도 힘이 돼 주길 원한다"고 했다.

이어 "부담을 느낄 때마다 훈련을 하면서 극복해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화는 지난해 6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3년(2012∼2014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는 시즌 내내 주목을 받으며 선전했지만, 막판 불펜이 흔들리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정우람을 영입한 한화는 2008년 이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꾼다.

정우람은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한화 선수들이 가을 야구를 꿈꿀 것"이라며 "내가 건강하게 한 시즌을 잘 치르면 한화 동료 투수들이 한결 편안해지지 않겠나. 그런 선순환을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의 경험이 정우람에게 교훈을 주기도 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5년 SK에 합류한 정우람은 6월까지 39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했다.

정우람은 "기온이 올라가는 데도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속으로 '시즌을 잘 준비했다'고 흐뭇해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7월 평균자책점 6.00으로 부진했고, 8월에도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정우람은 "몇 경기에서 흔들리면서 팀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내 성적이 팀 성적에 악영향을 미치니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털어놨다.

올해 정우람은 "매 경기 무실점을 기록할 수는 없겠지만, 부진한 기간을 줄이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정우람은 "한 시즌을 건강하게 잘 치르면 구단과 팬이 원하시는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부담을 느낄 때마다 체력 훈련을 철저하게 하겠다"고 했다.

'구도' 부산에서 야구를 시작한 정우람은 인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인천 야구 르네상스'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최근 야구 열기가 치솟은 대전에서 새 출발 한다.

고교 시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정우람은 프로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정확히 600경기에 등판하며 프로생활의 1막을 마친 정우람은 더 화려한 2막을 준비 중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