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00원 넘는 '초고가 라면시대' 열릴까?

새해 벽두부터 ‘짬뽕라면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을 강타한 프리미엄 짜장라면에 이은 제2라운드로 ▲오뚜기 ‘진짬뽕’ ▲농심 ‘맛짬뽕’ ▲팔도 ‘불짬뽕’ ▲삼양 ‘갓짬뽕’ ▲풀무원 ‘꽃새우짬뽕’ 등 각 제조사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굵은 면말 트렌드가 라면업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쌀쌀한 날씨까지 더해져 굵은 면말 짬뽕라면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반짝 인기를 누렸던 짜장라면 열풍은 급속도로 식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프리미엄급 라면시장에서 짬뽕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농심 '짜왕'을 시작으로 형성된 프리미엄라면 인기는 짬뽕라면으로 빠르게 번졌으며, 각 사마다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은 650~900원 선에 형성돼 있는 일반라면 시장보다 약 2배 비싼 1500원선(소비자가 기준)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정통성을 강조한 맛과 풍부한 건더기에 반한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짬뽕라면의 인기는 대형마트의 라면부문 매출을 견인할 정도로 뜨겁다.

◆찬바람 부는 계절, 국물 있는 짬뽕라면이 대세

6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프리미엄급 라면인 '진짬뽕'은 출시 출시 50일만에 1000만개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프리미엄 짜장라면으로 국내 라면시장을 평정했던 농심 짜왕의 성과를 넘어선 수치이다. 실제 짜왕은 출시 첫 달 600만개, 2개월만에 1600만여개가 판매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짬뽕라면을 출시하면서 찬바람이 부는 가을·겨울 시즌에 국물라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적절히 대응했다”고 말했다.

라면업계 부동의 1위인 농심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농심은 지난해 11월 프리미엄급 라면으로 '맛짬뽕'을 출시했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어 농심은 '컵라면'으로 다시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맛짬뽕 큰사발'을 출시한 것.

오뚜기에서 선제적으로 진짬뽕을 출시한 뒤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번에는 맛짬뽕 봉지면이 출시된지 약 40일만에 가장 먼저 컵라면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1500원대 프리미엄 라면 안착…맛 > 가격

이 같은 프리미엄 라면의 인기는 국내 전체 라면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3년간 라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일반라면의 점유율은 약 62.2%였다. 이는 2013년 70.2%와 2014년 70.6%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또 이 기간동안 이마트 라면 매출은 2014년 동기대비 2.4%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라면 선정 기준이 가격보다 맛에 치우친 것으로 확인된 만큼 프리미엄급 라면 시장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2000원이 넘는 초고가 라면시대도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라면업계 히트작으로 떠오른 짬뽕라면이 스테디셀러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짬뽕이라는 일상화된 음식에 대한 맛의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향후 카테고리 크기는 감소할 수 있더라도 스테디셀러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상화된 음식' 짬뽕을 주제로 한 라면, 스테디셀러로 정착할 가능성 높아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것을 강요해 일상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의 롱런 이유는 신분류의 과자가 아닌 감자칩이라는 핵심 정체성을 기반으로 맛의 변화를 시도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제품이 출현하는 시대에 식음료 기업이 당면한 과제는 매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채널이 아닌 유통 채널에서는 일부 제품의 매대는 축소되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송 연구원은 "현재 짜장라면에서 짬뽕라면으로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짜장라면 매대가 축소되면서 1위와 2위인 짜왕, 짜파게티 위주로 매대에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짬뽕라면 인기 식어도 오뚜기 '진짬뽕'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

이어 "짬뽕라면 부문 1위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오뚜기의 프리미엄 라면 진짬뽕은 향후 짬뽕라면의 인기가 줄더라도 매대에 스테디셀러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매대가 한정적인 동네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순위가 하위권인 제품들의 매대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짜장·짬뽕라면 열풍은 하위권 제품들의 위축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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