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06 15:09:50
기사수정 2016-01-06 15:09:44
역대 북한 리스크 증시 충격 미미…4분기 실적이 관건
국내 주식시장이 새해 첫 개장일부터 중국발 쇼크로 크게 휘청거린데 이어 북한 핵실험이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에 비춰 대북 리스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부진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돌출된 변수라는 점에서 당분간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코스피, 1910선 밀렸다가 회복…"과거에도 영향 미미"
이날 오후 2시1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07포인트(0.63%) 내린 1,918.46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북한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감지됐다는 소식에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며 장중 1,911.61까지 밀리는 등 1,910선을 위협받았다.
하지만 조선중앙TV가 이날 낮 12시30분(평양시간 낮 12시) 특별 중대보도를 통해 수소탄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도리어 1,920선으로 올라서는 등 낙폭을 대부분 회복한 상태다.
과거 사례를 봐도 북한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2011년 12월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일 코스피가 3.43% 하락하고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2.41%), 2015년 8월24일 서부전선 기습 포격(-2.01%) 당시 2%대의 하락률을 보이긴 했지만 나머지 대북 이슈의 영향은 크지 않았다.
특히 2009년 5월25일 2차 핵실험과 2013년 2월12일 3차 핵실험 때는 코스피 낙폭이 각각 0.20%, 0.25%에 그쳤다.
그나마도 일주일 뒤에는 대부분 북한 리스크 발생 이전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투자정보팀장은 "과거에도 핵실험 영향은 주식 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안겨주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며 "주식 시장의 영향을 놓고 보면 단발성 이벤트 성격이 강해 오랫동안 주식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대북 리스크가 생기고 나서 초기 충격이 있다고 해도 3∼4일 내에 대부분 회복이 됐다"며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루이틀된 이슈도 아닌 만큼 이는 오히려 저점 매수 호기"라고 말했다.
◇ 4분기 어닝 시즌이 더 큰 부담
북한의 수소탄실험 이슈 자체가 악재는 아니지만 최근 대내외 환경을 감안하면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우려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데다 오는 8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될 시점이기 때문이다.
나중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북한에서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전쟁을 하자는 의미는 아닌 만큼 우리 입장에서 비관적으로 볼 이유는 없지만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터진 만큼 아주 낙관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단기적인 경계감은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곤 팀장은 "최근 중국 급락 사태 등 주식 시장을 둘러싼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악재가 잇따르면서 투자 심리 회복에는 상당히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가 1,900선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미국 리스크 우려가 지속되고 삼성전자 실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코스피가 1,900선을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신흥국 경기 우려가 지속되면 다음 달에는 1,850까지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북한 수소탄 실험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며 "당분간 4분기 실적이 잘 나올 음식료, 바이오, 유통, 화장품주나 방산주 등을 중심으로 압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천23억원과 845억원 어치를 내다 팔고 있다.
다만 이는 북한 리스크에 따른 불안감보다는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나중혁 연구원은 "외국인은 꾸준히 자금을 빼내가는 과정이라 이번 일로 속도를 높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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