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8일로 앞당겨서 해요.”
“그래요? 저는 3월1일에 하는데….”
“4년에 한 번씩 28일, 29일 두 번 챙겨 먹습니다.”
‘두 번 챙기신다’는 분들. 올해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2016년 ‘붉은 원숭이의 해’를 맞아 2월 달력에 하루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2월29일이 생일인 사람들 이야기다.
올해는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2월29일’이 들어간 윤년이다. 윤년이 생기는 이유는 지구 공전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정확히 365일 5시간48분46초다. 평균 365.2422일이다. 이에 4년마다 2월에 29일을 삽입, 연평균 일수를 365.25일로 만들어 실제 태양운행과 오차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그렇다 보니 이날 태어난 사람들은 4년에 한 번 생일을 맞게 된다. ‘올림픽 베이비’ 혹은 ‘월드컵 베이비’다. 아무래도 올림픽이 더 정확할 듯하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 이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올해 2월29일과 함께한다.
1992년에 태어나 올해 대학교 4학년이 되는 나창민(23)씨도 ‘올림픽 베이비’다.
“4년 전 생일이었을 거예요. 너무 가끔 생일이 돌아오니 부모님, 동생 그리고 친구들까지 제 생일을 잊었어요. 3월1일이 되어서야 ‘생일이었구나’를 깨달은 거죠.”
황당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행히 나씨는 늦게나마 친구들과의 파티, 부모님께서 주신 용돈 등으로 생일의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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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창민(23)씨는 “생일이 가끔 오다 보니 잊어버릴 때가 있다”며 “4년 전 생일에는 부모님, 동생, 친구들이 모두 생일을 잊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
나씨는 “어머니께 ‘좀 더 참거나 빨리 낳으시지 그랬어요’라고 말씀드린 적 있다”고 웃었다. 그는 “새벽 2시쯤 진통이 왔다고 하셨다”며 “오전 7시쯤 태어났다”고 말했다. 29일이 생일이라면 한 번쯤 궁금할 법한 일이긴 하다.
나씨는 사주를 본 적 있다고 했다. 생일이 특이해서일까? 당시 나씨는 “인생이 순탄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큰 굴곡이 없을 거라는 게 사주를 본 나씨의 귀에 들어온 말이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쓰다 보면 생일 축하메시지가 뜨는데 대부분 ‘당일’에 이 같은 메시지를 받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나씨는 예외다. 그는 “2월28일에 메시지가 뜬다”며 “카카오톡에서도 그랬다”고 웃었다.
‘올해는 생일이 있느냐’ 혹은 ‘4배로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던 나씨는 “특별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에게 음식값 할인해주는 곳이 많다”며 “그런 곳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또 “친구들이 양력으로 생일을 챙긴다”며 “대체로 선물을 안 주려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새해 소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4학년이 되는데 하고 싶은 것을 아직 못 찾아 고민이에요.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올해 동생이 입대하는데 잘 다녀왔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오피스’와 최근 SBS 단막극 ‘퍽’에 출연한 배우 손수현(27)도 2월29일에 태어났다.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그의 생년월일은 1988년 2월29일이다.
손수현은 소속사를 통해 전해온 메시지에서 “2008년에 2월29일이 있었다”며 “성인이 된 후, 처음 맞이한 생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만들어준 축하주를 마시고 병원에 실려 갔다”며 “4년 만에 온 생일을 응급실에서 보낸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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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오피스’와 최근 SBS 단막극 ‘퍽’에 출연한 배우 손수현(27)의 생일도 2월29일이다. / 사진=한윤종 기자 |
손수현은 “29일이 올 때마다 ‘5살이네’ ‘6살이네’ 하는 말을 들었다”며 “올해는 ‘7살이 됐네?’라는 말을 들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4년에 한 번 1살을 먹으니, 그의 말로 따지면 올해가 7번째 2월29일이다.
“새해 소망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수현은 “이번에는 조용하게 별 탈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그동안 생일 때마다 작든 크든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올해 2월29일 생일을 맞이할 누군가의 생각도 이들과 같은지 묻고 싶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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