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돌봐준 만큼 나중에 돌봄 받아요’

봉사활동 시간당 포인트 적립
노인됐을때 서비스 받는데 써
‘기부은행’ 17개 지역으로 확대
대구 달서구에 사는 오모(67·여)씨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지내오다가 지난해 5월 허리를 다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오씨에게 8월부터 ‘돌봄봉사자’들이 찾아왔다.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에 참여 중인 돌봄봉사자 김모(55·여)씨와 송모(53·여)씨는 2주에 한 번씩 오씨 집을 방문해 청소와 설거지 등 집안일을 도와주고 혼자 지내는 오씨의 말벗이 되어줬다. 오씨는 “허리가 불편해 하루종일 혼자 집에 누워 있어 외로웠는데 돌봄봉사자가 와서 이야기도 들어주고 집안일도 도와줄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김씨와 송씨는 이같이 봉사활동을 하고 한 시간에 1점씩 ‘돌봄포인트’를 받는다. 하루에 최대 4시간(4점)까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으며, 쌓인 포인트는 자신들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었을 때 돌봄서비스를 받는 데 사용하거나 가족과 제3자에게 기부할 수 있다. 봉사활동시간을 저축하고 나중에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거동이 불편할 때 그 시간만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시간은행’인 셈이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지난해 7월부터 대구 달서구와 충북 청주시에서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의 시범사업을 실시해 돌봄봉사자 949명을 모집하고 돌봄포인트 5440점을 적립했다. 복지부는 올해 기부은행을 17개 지역(시·도·군)으로 확대하고 기부은행의 지원과 육성을 위해 사회복지사업법에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만 13세 이상이고 기부은행이 운영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면 누구나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 홈페이지(care.vms.or.kr)에서 가입신청을 하고 4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돌봄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이날 충북도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기부은행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이 활성화되면 지역사회의 돌봄 수요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충족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고 세대 간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