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정부 '대북 제재' 공언…사용할 카드는 있나

박근혜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긴급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북한이 지난 6일 전격적으로 4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북 자세가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출입 인원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고, 자국민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재 조치를 일부 완화했던 일본 역시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실험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즉각적인 제재방침을 밝혔다.

우리 군 당국도 지난 8월 남북 고위급 합의에 따라 중단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지난달 설치된 한-중 국방 핫라인 가동,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을 적극 검토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 움직임을 예측하고도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게 추가적인 제재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 “제재 강화로 북한 ‘잘못된 행동’ 벌할 것”

지난 6일 북한이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우리 정부는 강력한 조치를 천명하며 범정부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미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 교류 등은 당분간 이루어지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북 경협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개성공단 역시 입주기업이나 협력업체 생산인원 이외에 견학이나 음식 배달 등 생산활동과 관련이 없는 인원의 출입이 제한될 전망이다.

남-북-러 3국 민간 교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방부 역시 지난 8월 이후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언제든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중 국방 핫라인 가동과 미국의 F-22 스텔스 전투기, B-52 폭격기 등과 같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미측과 논의하고 있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재확인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이 핵위협이나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재래식무기,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동원해 미국 본토와 같은 수준으로 방어하는 것을 뜻한다.

국방부는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과 4D 작전체계 구축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4D는 미사일의 탐지(Detect), 교란(Disrupt), 파괴(Destroy), 방어(Defense)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유사시 북한 미사일을 탐지, 추적, 파괴하는 작전 개념이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실험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즉각적인 제재방침을 밝혔다. 

안보리 의장국을 맡고 있는 우루과이의 엘비오 로셀리 유엔 주재 대사는 회의 후 “안보리는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할 경우 추가적인 중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의지를 앞서 표명해온 바 있다”며 “이같은 약속과 위반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해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대응 방안 마련을 즉각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로셀리 대사는 안보리 차원에서 취하게 될 조치가 대북제재 확대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북제재 목록에 새로운 이름을 추가하는 방안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엔의 대북제재 목록에 이름을 올린 북한 측 인사는 개인 12명에 단체 20곳이다.

◆ 2중·3중 제재·고립 경제 체제로 효과 반감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추가적인 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유엔은 예외 없이 대북 제재와 관련한 결의안을 내며 압박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세 차례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호(2013년), 2094호(2013년)에 기반하고 있다. 주로 북한의 인물과 기업, 공공조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일본 등 서방측도 유엔 안보리와 별도로 북한의 무역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제재에 나서며 북한을 압박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네 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란의 경우 석유, 천연가스 수출에 의한 무역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가 통했지만, 자급자족 경제체제인 북한에서는 이와 같은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여기에 2중, 3중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추가적으로 가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치 않은 것도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6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북한 핵실험 대응을 논의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

우리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 레버리지를 대부분 상실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정도다. 그러나 지난 8월 남북 합의에서 규정한 ‘비정상적 상황에서 대북 확성기 재개 가능’에 핵실험이 포함되는지는 정부 차원의 정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로써는 ‘전술적 차원의 물적 피해가 없기 때문에’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군 안팎의 관측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를 위해 네 차례의 실험을 감행하며 ‘핵보유국’으로 가는 길을 착착 다져나가고 있다. 북핵 문제가 ‘귀환 불가 지점’을 넘어서기 전 남북 대화 재개 등 새로운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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