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07 21:16:18
기사수정 2016-01-07 21:39:44
고비 때마다 알짜배기 역할
시즌 평균 23분 코트 누벼 작년 2배
KDB, 삼성생명 제물 2연패 탈출
‘불혹’. 나이 마흔을 일컫는 이 단어는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됨을 뜻한다. 새해 한국 나이로 마흔에 접어든 서울 삼성 주희정(사진)은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1997년 프로에 데뷔한 주희정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서울 삼성으로 복귀했다. 그는 현역 국내 선수로는 문태종(고양 오리온)에 이어 나이가 두 번째로 많다. 이 때문에 그의 체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희정은 고비 때마다 팀에서 알짜배기 역할을 하며 ‘베테랑의 품격’을 과시하고 있다.
주희정은 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4쿼터 막판 3분간 7점을 몰아치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출했다. 지난 1일 경기에서도 3점슛 3개를 포함해 13점 6어시스트를 기록한 그는 새해 들어 더욱 뛰어난 기량을 뽐내는 중이다.
주희정의 시계는 모든 면에서 거꾸로 흐른다. 지난 시즌 평균 11분 44초를 뛴 그는 이번 시즌 23분 37초를 코트에서 누비고 있다. 평균 득점도 2.1점에서 5.2점으로 2배 이상, 어시스트도 1.2개에서 3.6개로 3배 늘었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을 울산 모비스에서 영입하면서 막강한 높이와 득점력을 가졌다. 그러나 시즌 전 가드진이 너무 어려 다소 무게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테랑 주희정은 동생들을 이끌고 삼성의 가드진을 진두지휘하고 있어 이상민 삼성 감독의 시름을 덜고 있다. 특히 5일 경기에서 승부의 쐐기를 박는 버저비터 플로터는 압권이었다. 그는 “플로터를 할 때 왼손으로 할지 오른손으로 할지 순간 엄청나게 고민했다”며 “평소 훈련 때처럼 오른손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찰나의 순간에도 풍부한 경험이 묻어나온 셈이다.
주희정은 통산 출전경기(962경기), 어시스트(5262개), 스틸(1471개) 부문에서 전체 1위다. 그는 코트에 나설 때마다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한편, 7일 용인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는 꼴찌 구리 KDB생명이 29득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한 플레넷 피어슨의 활약에 힘입어 용인 삼성생명을 80-75로 물리치고 2연패를 탈출했다.
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