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07 18:35:45
기사수정 2016-01-07 23:02:46
미, 북핵 방치 땐 웃음거리 전락 우려… 강경 대응 선회
미국이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기로 한 것은 북핵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하거나 방치할 경우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을 우려한 까닭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아직 어떤 전략자산을 언제 전개하느냐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결정은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의 전략자산은 광범위한 파괴력을 가진 첨단무기다. 한·미 양국은 작년 8월 북한의 지뢰·포격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급격히 고조됐을 때도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검토했다. 당시 우리 군은 “한·미는 한반도 위기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며,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할 수 없도록 강력한 대비태세를 갖춰 도발 시에는 가혹할 정도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략자산 전개가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번 전략자산 전개 결정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목함지뢰 도발 대응에는 전술적 판단이 작용했지만 북핵은 전략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이번 상황은 미군 주도로 이뤄져 북핵 문제에 대해 전략적 인내를 표방했던 미국의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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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7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배석한 가운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한 한·미 양국 공조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한반도로 전개가 예상되는 미 전략자산으로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B-52 폭격기와 B-2(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에 있는 핵추진잠수함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B-52 전략폭격기 전개가 유력시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 4차 핵실험 폭발력이 6kt이었는데 B-52에는 200kt의 핵폭탄이 10여발 탑재된다”면서 “만약 외과수술적 타격을 감행한다면 북한 지휘부를 일거에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북한이 과거 7차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을 때 이들 전략자산을 전개해 북한의 도발 의지를 억제했고 북한은 그때마다 강력 반발하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런 점에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는 결정적인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강경 입장은 7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발표한 ‘한·미 국방부 장관 공동 언론발표문’에서도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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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길이:20.9m/폭:52.12m, 최대속도: 마하 0.9, 최대 항속거리:1만400㎞, 주요 탑재무기:핵폭탄 16발, 합동정밀직격탄 JDAM 80발 등 |
발표문에는 “두 나라 장관은 북한이 도발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한·미동맹 차원의 강력한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양국 국방부는 계획된 연합연습을 지속 실시하고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 및 4D 작전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과정은 모두 미국 주도로 진행됐다. 근래 보기 드문 일이라는 게 국방부 주변 얘기인 만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강경 드라이브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