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07 19:25:41
기사수정 2016-01-07 22:59:43
위기관리시스템 여전히 미흡
북한이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무력 도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실제 위기 상황 발생시 피신할 대피소의 현황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에 주민 대피시설은 2만3000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자신의 집이나 직장 등 생활공간 주변 대피소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시민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지적됐던 ‘대피소 홍보 부실’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내 한 가게에서 만난 김모(35·여)씨는 “북한이 언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라 불안하다”면서도 역사 내의 대피소 위치를 아는지 묻자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여기에서 일한 지 석달 정도 됐는데 대피소가 지하철역 내에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역 인근에서 만난 주현진(42)씨도 “비상 상황이 터지면 주변 건물로 숨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느 대피소로 가야 하는지는 모른다”며 “집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를 관할 지자체가 적극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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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군의 포격도발이 자행된 지난 8월 경기도 연천군 주민들이 면사무소 인근 대피소로 식료품 등 대피 물자를 옮기고 있다. |
북한의 대형 무력도발 때마다 전쟁과 재난 등에 대비한 위기기관리시스템 강화 차원에서 대피소 시설을 개선하고 위치 등을 적극 알리겠다는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언을 무색케 하는 장면이다. 실제 위기 발발 전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피소로 재빨리 이동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전국에 주민대피시설은 총 2만3533곳으로 이 중 168곳은 정부지원시설로 연평도 등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다. 나머지는 지하철과 지하도 같은 공공시설 중 60㎡ 이상 규모로 방송청취가 가능한 장소를 정부가 대피시설로 지정한 곳이다. 이들 대피시설의 규모는 총 3901만6000㎡로, 국민 1인당 대피소 0.85㎡를 차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피소 홍보수준이 동사무소별 홈페이지에 대피소 위치 게재, 연 1회 민방위 교육 실시, 대피소 건물에 알림 스티커 부착 등에 그쳐 정작 대피소를 활용할 수 있는 주민이 많지 않다.
대피소 관리 책임을 맡은 지자체들은 이런 실태를 홍보 부족보다는 시민들의 무관심 탓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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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시설 찾은 박인용 안전처 장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7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마조리 주민대피소를 방문, 비상대비태세 확립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군 관계자 등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마포구 관계자는 “우리는 나름대로 대피소를 홍보하고 있지만 대피소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시민들이 문제”라며 “관심을 조금만 기울여도 대피소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www.safekorea.go.kr)와 스마트폰용 안전디딤돌 앱을 이용하면 거주지와 직장 주변의 대피소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적다. 강서구 주민 김성웅(32)씨는 “대피소나 방공호가 따로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메르스 때나 장마 때 휴대전화로 재난 발생 문자만 오던데 차라리 유사시에 어디로 가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비상시를 대비한 국가적 차원의 홍보노력을 주문했다.
정진수·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