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08 18:42:14
기사수정 2016-01-08 22:32:13
미국의 대북제재안 초안 윤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성안 중인 대북 제재 결의안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마련한 초안은 과거에 안보리가 북한에 취했던 제재조치의 패턴을 벗어나 북한의 수출과 대외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해외 수출을 막기 위해 북한 선박이 전 세계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도록 유엔의 모든 회원국이 조치를 취하고,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이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게 미국 측이 마련한 결의안 초안의 핵심 내용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 초안 내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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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 “조만간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을 표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미국이 마련한 안보리 결의안 초안
북한 선박의 전 세계 항구 부분 입항 금지조치는 북한의 무역거래를 봉쇄하는 금수조치에 해당된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1차 생산물 중심의 수출은 외화 획득의 주요 수단이다. 북한 선박의 운항이 금지되면 북한의 고립은 더 심화하고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과 유사한 방식으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해외거래계좌를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세계 각국이 북한과 금융거래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취했던 대북 제재조치 중에서 가장 효과가 좋고, 북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던 사례로 2005년 단행됐던 BDA 계좌 동결을 꼽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이 마카오에 있던 BDA 은행을 이용해 돈세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은행에 대한 계좌를 동결했다. 당시 동결된 금액은 24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BDA에 대한 북한 계좌 동결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과 거래하던 나라들이 자발적으로 대북 거래를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은 해외에서 제대로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 재무부는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금융계좌를 찾아냈고, BDA식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이란이 핵 협상장에 나오기 전까지 이란에 취했던 금융관계 차단조치도 대북 결의안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국제금융거래에서 달러화가 가장 중요한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차단되는 나라는 정상적으로 금융거래를 하기 어렵게 된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6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중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는 안보리 결의가 이뤄지려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이 때문에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중국 외교정책의 실패로 규정하는 등 중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북제재 유엔헌장 7장 원용 쟁점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에서는 결의안에 유엔헌장 7장이 원용될 전망이다. 헌장 7장은 특정 국가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할 경우 군사적·비군사적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과거 핵실험을 제재하려는 유엔 안보리 논의에서 유엔 헌장 7장 원용에 미온적이었다. 중국의 소극적 입장에도 과거 3차례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결의(1718호, 1874호, 2094호)는 모두 헌장 7장을 원용하고 있다.
헌장 7장이 원용되면 7장 41조(비군사적 제재)와 42조(군사적 제재) 중 41조를 원용하는 것임을 구체적으로 명기할 가능성이 크다. 41조는 경제관계 및 철도, 항해, 항공, 우편, 전신, 무선통신 등의 중단과 외교 단절과 같은 비군사적 조치를 부과하는 규정이다. 42조는 41조가 불충분한 경우 육·해·공군에 의한 무력시위, 봉쇄, 작전 등 군사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법)는 “42조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는 경우에나 채택된다”며 “이번에도 비군사적 제재에 관한 결의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유섭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