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투자, 신흥국 지고 선진국 뜬다

병신년 글로벌 증시 전망
올해도 대내외 여건을 보면 코스피는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는 했지만 국내는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해외로 눈을 돌려 투자기회를 찾아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더구나 올해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도 도입돼 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변동성이 심해진 신흥국보다는 기초체력이 탄탄한 선진국의 경제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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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에 쏠릴 전망이다. 신흥국이 이전과 같은 고성장에 따른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 유럽 등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됐지만 지난해 말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외국인 투자금 유입도 주춤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와 신흥시장지수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한화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동안 MSCI 선진지수가 1% 하락하는 동안 MSCI 신흥시장지수는 15% 하락했다.

선진국 중에서는 유럽과 일본이 좋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두 지역 모두 올해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2017년 3월까지 이어진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은 강달러 상황에서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를 달러화로 환헤지하는 것이 수월해 유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유럽 주식시장이 신흥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일본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2017년 소비세율 추가 인상을 앞두고 경제와 시장 체력을 다져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재정지출 확대나 주식 매입규모 확대와 같은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미국도 금리 인상 결정이 보여주듯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은 지역이다. 실업률 하락과 주택거래 증가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강달러가 계속되면 미국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흥시장은 개별국으로 접근

연초부터 폭락한 중국 증시가 보여주듯 신흥국 주식시장의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파급 여파가 주로 신흥국에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이라는 큰 묶음에 투자하기보다는 국가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지난해와 같은 강세장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둔화, 기업 실적 감소, 디플레이션 압력 등 기초 경제여건이 증시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도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그나마 선강퉁(선전·홍콩 주식시장 교차거래) 시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등이 일정수준의 하단 지지선을 구축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중국 시장에서는 외식숙박,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등 소비형 서비스업, 2자녀 정책 등 인구정책 변화에 따른 영유아 관련 산업, 신재생에너지 등 정부의 인프라투자 관련 산업 등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외에는 인도를 주목할 만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가 7.5%, 세계은행은 7.8%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정책인 ‘모디노믹스’ 효과가 나타나면서 외국자본 투자가 증가하고, 공공부문 임금 인상으로 도시민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대외충격을 모두 피할 수는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큰 내수 규모와 경기개선세로 이러한 충격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이밖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신흥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최근 주가 흐름이 좋고, 금융이 안정돼 있으나 저평가된 주식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증시가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위험은 여전하며, 선진국 증시의 상승여력도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투자수익률 눈높이를 낮춘다면 중장기 관점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투자가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