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떠난 서울시향… 연주력은 안 떠났다

올해 첫 정기연주회 성공적으로 끝내
대극장 공연에도 매끄러운 음색 선봬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떠난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이 9일 첫 정기연주회(사진)를 가졌다. 사령탑을 잃은 서울시향 단원들은 흔들리지 않는 연주력을 선보였다. 2005년 재단법인 출범 후 10년간의 절차탁마를 증명하는 무대였다.

이날 공연은 낭만의 극치인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과 정반대로 장중하고 구조적인 브루크너 교향곡 9번으로 구성됐다.

브루크너 교향곡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65분에 달하는 긴 연주시간, 클래식 공연에 적합하지 않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악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죽음의 광기를 넘어 신을 향한 구원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한순간도 귀를 떼지 못하게 했다. 악단은 지난 1년간의 거센 세파를 뒤로하고 경건한 구도의 세계를 펼쳐보였다.

이날 공연의 지휘자는 정 전 감독에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로 대체됐다. 에센바흐의 탁월한 해석, 무섭도록 집중력을 발휘한 단원들은 오래 잊히지 않을 무대를 만들었다.

최은규 음악 평론가는 “브루크너가 보통 건축적이고 거친데 서울시향은 건축적 구조와 아름다움을 모두 살렸다”며 “건물을 보면서 내부의 모자이크까지 감상한 느낌”이라고 평했다. 최 평론가는 “브루크너는 블록별로 구획이 딱딱 구분돼 휴지기 사이에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향의 연주는 끊기는 느낌 없이 물 흐르듯 흘렀다”며 “에센바흐가 서울시향의 현악을 세밀하게 조절해 여태 시향과 다른 아름다운 음색, 고급스러운 소리와 고유한 해석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연주가 끝난 뒤 일부 관객은 기립박수로 감동을 표했다. 이날 대극장 2900석 중 2317석이 판매됐다. 악장은 웨인 린 부악장이 맡았다. 최근 계약이 끝난 스베틀린 루세브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악장 대신이었다. 서울시향에서는 최근 루세브와 마이클 파인 자문역이 사임함에 따라 외국인 단원의 이탈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트럼펫 수석인 알렉상드르 바티는 2월 연주에 합류하고, 팀파니의 아드리앙 페뤼숑은 지휘자로 바쁜 해외 일정을 소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팀파니는 라디오프랑스 수석인 장 클라우드가 맡았다. 서울시향은 정 전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16, 17일 말러 교향곡 6번 공연의 대체 지휘자를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송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