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묵인 속 북·이란, 핵·미사일 교류"

[세계 주요 대북 전문가 인터뷰] ③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 교수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기 전에 이란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장거리 유도 미사일 ‘에마드’ 발사 실험을 했다. 이란의 탄도 미사일 개발에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의 개인과 기업 10곳이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국제 사회는 북한·이란·중국 간 3각 커넥션의 발전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과 이란이 서로 핵·미사일 기술을 교류해 왔고, 중국이 이를 방조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동아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을 거쳐 현재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래리 닉시 박사는 9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이 공식적으로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과 핵 기술 부품 등을 주고받으면서 중국의 항구와 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 관련 부품을 실은 양국의 항공기는 중국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양국 간 대량살상무기(WMD) 부품 교류를 전혀 제지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란과 다면적인 관계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 이란의 에너지, 무역, 군사 분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기 이전부터 고위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해 에너지 분야 협력을 추진했고, 수십억 달러를 이란의 에너지 개발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번에도 4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는가.

“물론이다. 중국은 국제 사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가할 때도 실질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중국은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 대북 제재안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비난하는 등 정치적인 쇼를 하고 있으나 북·중 간의 관계에 본질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제재에는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에도 북한과 이란이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보나.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이란은 원유 수출 등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란이 이 자금을 이용해 북한과 핵 및 미사일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이란의 일부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고, 북한은 이 자금을 이용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 이란이 최근에 실험한 에마드 미사일은 기존의 ‘샤하브 3’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길다. 이란의 샤하브 3와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노동’은 쌍둥이라고 보면 된다. 북한과 이란의 기술 교류로 샤하브 3와 노동 미사일이 개발됐다.”

-유엔 안보리는 지금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대북 제재를 모색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늘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보리에서 한국, 미국, 일본 등은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을 전면 차단하는 내용을 결의안에 포함시키기 위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시험해 봐야 한다. 북한에 유류를 공급하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등이 그런 시도를 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북한은 4차 핵실험으로 무엇을 노리고 있나.

“북한의 목적은 핵탄두의 소형화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이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이다. 이번 핵실험은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다. 북한이 이 목표를 달성하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등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게임 체인저’이고, 북한은 결정적인 대미 협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한 채 대북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래리 닉시 교수 약력… ●미 버틀러대 졸 ●조지타운대 국제정치학 석사 및 박사 ●정치위기관리그룹(PRS Group) 동아시아 담당 선임고문 ●로이드, 토머스 앤드 볼사 고문 ●미 의회조사국 선임 연구원 ●조지워싱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