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고강도 압박에도 꿈쩍 않는 北…'버티기' 돌입하나

   

지난 10일 한반도에 출동한 B-52 폭격기.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와 한국 공군 F-15K가 호위에 나섰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북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핵실험 직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전략핵폭격기 B-52가 한반도에 전개하며 무력시위에 나섰고, 우리 정부 역시 북한 핵실험을 8.25 합의 위반으로 간주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4개월여만에 재개했다.

정부는 지난 8.25 합의에서 규정된 ‘비정상적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할 방침이다.

한미 군 당국은 일본 요코스카에 주둔 중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과 B-2 스텔스 폭격기,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등 미국의 ‘전략자산’ 추가 투입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영상을 공개한 북한이 ‘버티기’에 돌입할 경우 추가적인 압박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 확성기 방송부터 전략자산까지 총동원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가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한반도 상공에 출동한 것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군 관계자는 “B-52가 한반도 상공을 지나간 것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한 것은 처음으로 북한 핵실험 이후 4일 만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르다.

이는 “북한의 핵공격 시 핵우산 등을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확장억제 이행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순진 합참의장이 11일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에서 공격편대군 훈련 중인 임무편대장과 무선교신을 통해 "출격 명령시 적이 공포와 전율을 느낄 수 있도록 완벽하게 임무수행 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과거 6.25 전쟁 당시 미군의 B-29 폭격기에 의해 전 국토가 초토화됐다. 때문에 미군 폭격기의 한반도 출현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한미 군 당국은 B-52 이외에 다양한 종류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추가 전개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B-2 폭격기나 핵항모와 같은 모든 전략자산들이 ‘옵션’에 포함되어 있다”면서도 “전략자산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한반도에 투입할 지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의 공조 역시 강화되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11일 이순진 합참의장과 함께 경기도 오산의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7공군사령부를 방문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의장도 이왕근 공군작전사령관으로부터 대비태세를 보고받고 “북한군은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추가 기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확고한 전방위 군사대비태세를 완비하는 데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도 북한 핵실험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 북한 ‘버티기’ 나서면 추가 압박 수단 마땅치 않아

한미 양국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며 북한을 공동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이러한 수단이 북한에 얼마나 실효를 거둘 것인가는 미지수다.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가 북한에 중대한 군사적인 위협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 무력시위’로서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대북 확성기 방소을 앞두고 위장망을 제거하는 장병들.


현재 북한은 핵실험 직후 군민축하대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한편,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핵실험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업적이라고 주장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또한 B-52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를 ‘전쟁 도발’로 규정하며 반미 선전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지금 미국은 남조선에 핵전략 폭격기 편대를 들이민다 어쩐다 하며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며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핵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부단히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대북 확성기 방송이 계속되고 있는 최전방은 일부 지역에서 병력이 증강돼 감시활동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북한군의 도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한반도로 출동한 B-52 폭격기와 호위 전투기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했고, SLBM 시험 영상을 공개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미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며 “이보다 더 강력한 수단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북한이 오는 5월 열리는 노동당 7차 대회까지 ‘버티기’에 돌입한다면, 전략자산과 대북 확성기 방송이라는 카드를 이미 써버린 군으로서는 마땅한 후속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북한이 핵실험을 김 제1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하며 경축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추가적인 도발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한미 양국의 군사적 압박 역시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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