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도로·CCTV에 '색' 입히니… 사건·사고 줄었어요

범죄예방디자인 ‘셉티드’ 효과 만점
11일 서울 중구 신당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는 ‘옐로 카펫’이 설치돼 있다.
김주영 기자
11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앞. 길을 건너려는 아이들이 횡단보도 주변에 노랗게 색칠된 공간 속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이른바 ‘옐로 카펫’이라 불리는 이 구역은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옐로 카펫은 아이들이 정해진 구역에서 신호를 기다리도록 유도하고 운전자의 시야에도 한눈에 들어와 사고를 예방한다. 3학년 아들을 둔 김모(41·여)씨는 “옐로 카펫이 생기고 난 후 아이들이 스스로 안전한 위치에서 신호를 기다리니 사고 위험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행운동 일대 비상안전벨과 폐쇄회로(CC)TV 등에 칠해진 노란색 페인트. 주목도를 높여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원 기자
서울에서 두번째로 여성거주자 비율이 높다는 관악구 행운동. 까치산을 등지고 가파른 오르막과 어두운 골목길이 많아 이곳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심야 시간 귀갓길이 두려웠다. 성범죄 우범지역처럼 비쳐질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해 골목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등 각종 시설물에 밝은 노란색을 칠하면서 범죄 우려를 덜었다. 행운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백모(32·여)씨는 “늦은 밤에도 CCTV 등이 눈에 잘 띄어 안정감이 들긴 한다”고 평가했다.


거리에 입힌 ‘색’이 단순 환경 미화뿐 아니라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종의 ‘너지(nudge) 효과’다. 너지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인데, 선택과 행위를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나 개입을 의미한다.

1년 전 국내 한 아동기관이 실험적으로 설치한 옐로 카펫은 아동들이 주변과 구분되는 공간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심리를 활용한 것이다. 옐로 카펫이 설치된 서울 성북구 길원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물어 보니 ‘신호를 기다릴 때 찻길 가까운 곳보다 옐로 카펫 안에 서서 대기하니까 훨씬 안전하고 밤에도 잘 보여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박모(34)씨는 “옐로 카펫이 멀리서도 한눈에 확 들어와 조심스럽게 운전한다”며 “초등학교 주변 말고 일반 횡단보도에도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셉티드(CPTED)’라 불리는 범죄예방디자인도 호응을 얻고 있다. 2012년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서 실험적으로 진행된 셉티드는 범죄 예방 효과가 증명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봉구의 경우 형광물질이 함유된 페인트를 주택의 가스배관에 칠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형광물질이 옷에 닿으면 묻도록 되어 있다.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형광물질을 가스배관에 칠했다는 점을 홍보한 결과 절도범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봉구에서 형광물질을 칠한 지역의 절도범죄는 칠하기 전보다 48.8%나 줄었다.

법무부가 지난해 셉티드 적용 지역 주민 1611명을 대상으로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범죄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물은 결과 셉티드를 적용한 이후 범죄안전체감도는 73.2%로 이전에 비해 16.7%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의 18개 초등학교에서 시험적으로 설치된 옐로 카펫도 학부모와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서울에서만 100곳이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기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색은 사건·사고 예방 효과와 함께 도시설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모든 도시나 동네마다 고유 특성이 있는 만큼 색과 디자인을 도입할 때 획일적이거나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그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usu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