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11 19:01:09
기사수정 2016-01-12 03:53:31
유일호 후보자 청문회서 답변
11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유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수행 능력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 의원들은 ‘전천후 미드필더’와 같은 역할을 주문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경제 정책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성과를 “100점 만점에 80점”이라고 평가한 유 후보자의 발언을 놓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이 오갔지만 후보자의 거취를 가를 만한 폭발력 있는 ‘한 방’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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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성실한 답변을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축구로 말하면 국무위원들에게 ‘볼 배급’을 잘하고, 슈팅 기회가 보이면 돌파 의지도 보이는 박지성·이영표 같은 선수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이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탈당한 김관영 의원은 “경제정책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대통령께 쓴소리를 마다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유 후보자의 다운계약서 작성에 따른 탈루 의혹 및 증여 자료 미흡 등을 집중 추궁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다운계약서 작성에 따른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유 후보자는 2005년 11월 취득한 서울 행당동 아파트의 취득가액을 4억800만원으로 축소 신고, 764만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실거래가액은 5억9900만원. 유 후보자는 “탈세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당시의 관행이었지만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 후보자는 연대보증 피해구제와 관련해 “(보증채무) 60만원을 내지 못해 유치장에 들어가기도 한다”는 더민주 홍종학 의원의 지적에 “실정법 내에서 바꿀 수 있다면 정말 바꿀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개인에 대한 연대보증 제도는 2013년 폐지됐지만 유 후보자 부부가 피해를 봤다는 기존의 연대보증 채무는 소급 적용 불가 원칙에 따라 남아 있다. 유 후보자는 1996년 부인 등 3명과 함께 친·인척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유 후보자의 아파트와 예금이 채권자에게 넘어가고 부인은 현재까지 1억여원의 보증채무를 지고 있다.
유 후보자는 이날 현 경제 상황과 관련,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나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위기는 아니지만 이른바 ‘만성병’ 초기 단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문제로 “구조개혁이 지연된 데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를 꼽고 “왕도는 없지만,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 생산성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유 후보자는 또 올해 목표치인 3.1%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는 질의에는 “그렇지 않은 기관도 있다”며 “(올해) 재정도 아주 확장적이었던 이전 기조와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노력하면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는 계획이 없다며 추경편성 없이도 3.1%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후보자는 미국과 중국 등 G2(주요 2개국) 리스크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G2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엄청난 어려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위험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비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등 통화스와프 확대를 생각해볼 만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를 답습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초이노믹스를 계승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이 정부의 노동개혁 지침에 반발하며 노사정 대타협 파기 여부를 논의 중인 데 대해서는 “(법안을) 잘 살펴보면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또 근로소득세 면세자를 축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증세에 대해서는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다. 세 부담 증가나 증세를 논의할 단계가 아직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는 이날 밤 늦게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김용출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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