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12 20:01:32
기사수정 2016-01-12 21:14:49
〈下〉 럭셔리 브랜드없는 졸속 오픈
지난해 10월 한 유통업체 오너는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A명품 브랜드 회장을 만나 신규 면세점에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말 면세점 개점 때 이 브랜드는 없었다. 일부 고가 명품 브랜드의 경우 희소성을 중시해 매장 수를 제한하고 있다. 명품업체 한 관계자는 “매장이 서울에 3개든 10개든 매출은 큰 차이가 없다”며 “(우리 브랜드가) 필요한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올 텐데 점포를 늘릴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신규 면세점들이 명품 유치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반쪽 개장’이 줄을 잇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새로 면세 사업에 뛰어든 신규 사업자들은 효자 품목인 샤넬·에르메스·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두산 중 어느 한 곳도 명품업체 입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신규 면세 사업권 심사과정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브랜드 유치 능력이다. 지난해 면세점 심사에서 롯데, 워커힐 등 유명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판매 중인 면세점은 탈락했다. “명품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하고 특허권을 따낸 신규 사업자는 명품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문을 연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이 명품 유치에 실패했고, 올해 오픈 예정인 두산과 신세계, SM 면세점도 ‘반쪽 개장’이 불가피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올해 매출 목표는 각각 1조원과 5000억원 수준. 유통업계 관계자는 “2003년 3월 문을 연 롯데제주면세점이 흑자로 돌아서기 까지는 9년이 걸렸다”며 “면세점 1개를 오픈하는 데 드는 2000억원을 5년 안에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뒤늦게 정부와 국회가 개선안 검토에 나섰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등 10명은 지난해 12월 18일 면세점 특허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이 참여하는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은 “면세사업권이 특혜라는 생각을 버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