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좌초위기… 곤혹스런 청와대

한노총 일방적 파기 경고에 공식적 논평 없이 일단 침묵
“명분없는 선언” 강경 기류도
이기권 노동 “조직이기주의”
청와대는 12일 한국노총의 전날 9·15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 파기 경고에 공식적 논평이나 입장 발표 없이 침묵을 지켰다. 대신 노동계 내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일방적 파기선언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명분 없는 선언”이라고 비판하는 강경한 기류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합의를 해놓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는데) 몇달 지난 뒤 파기선언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노사정 대타협 이후 후속조치 차원의 정부지침이 공식 발표되거나 노동개혁 5법이 입법화하지도 않았는데, 정부지침을 빌미로 파기선언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노총의 파기선언은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16년 과학기술 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
청와대는 일단 노동계와의 물밑접촉을 통해 대화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개혁 5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노사정 대타협마저 물거품이 될 경우 노동개혁 추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계 및 국회 상황과는 별도로 가능한 부분에 한해서 독자개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한노총이 요구한 ‘양대 지침의 장기적 논의’와 ‘5대법안 수정 요구’를 거부하고 강경 대응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청와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한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에 대해 “대타협의 대의를 저버리는 조직 이기주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한국노총에 되돌아올 것을 요청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한국노총은 미래세대와 노동자를 위한 약속을 저버리고 낡은 이념과 투쟁에 매몰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아직까지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정부는 마지막까지 대화와 타협에 힘써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하루 앞둔 이날 북한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대응방침을 강조하고,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국민 단합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가다듬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화문엔 북핵 대응과 국제사회 공조방안,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개혁, 경제활성화법 처리 등 경제상황 등에 대한 박 대통령 입장과 집권 4년차 국정운영 구상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우승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