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13 10:28:20
기사수정 2016-01-13 10:28:20
선금받고 앨범은 안줘…피해자 50여명 "원본파일이라도 달라"
2013년 3월 출산의 설렘을 안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곽모(45)씨의 사진관을 찾은 이모(35)씨 부부는 70만원짜리 '성장 앨범'을 찍기로 계약했다.
비싼 가격 탓에 고민도 했지만 사랑스러운 아이의 성장과정을 담아두고 싶었던 이씨 부부는 큰맘을 먹었다.
문제는 아이의 돌이 지난 1년 뒤까지 앨범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사진관을 찾아가 "앨범을 왜 주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곽씨는 "곧 제작해주겠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피해자는 이씨 부부뿐만이 아니었다.
곽씨의 사진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똑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부부들이 넘쳐났다.
비싸게는 100만원을 넘게 주고 계약을 했다가 사진 한장 못받은 피해자도 있었고, 70만원을 내고 원본사진 파일만 돌려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 하나둘씩 늘던 피해자들은 결국 모임까지 결성해 집단 항의를 시작했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 2006년 사진관을 연 곽씨는 밋밋한 영업 수익 탓에 골머리를 앓다가 아기를 하나만 낳아 옥동자처럼 키우는 최근 부부들의 트렌드에 맞춰 성장 앨범을 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만삭부터 출산, 아이의 100일, 200일, 돌까지의 성장 앨범을 만드는 사진관은 2008년부터 숱하게 늘어나 곽씨는 또다시 영업부진에 시달렸다.
곽씨는 사진관을 반으로 쪼개 포커의 일종인 '홀덤' 도박을 하는 보드게임 카페 운영에도 손댔지만, 그 사이 신용등급은 10등급까지 떨어졌다.
이후 곽씨는 '먹튀' 사진관을 운영하게 됐다.
아이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용해 최초 계약시 할인을 미끼로 대금을 완납토록 유도한 뒤 앨범은 제작해주지 않는 수법이었다.
이씨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50여명. 피해금액은 4천여만원에 달했다.
항의가 늘자 곽씨는 지난달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보드게임 카페에 숨었다가 피해자들에게 붙들려 인근 파출소로도 갔다.
곽씨는 "곧바로 앨범을 제작해 돌려주겠다"고 약속해 풀려났지만, 그대로 잠적해버렸다.
이씨 등의 고소가 잇따르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90여명의 피해자들이 공유하는 카카오톡 방을 통해 "곽씨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등의 제보를 받아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PC방에서 곽씨를 검거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곽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곽씨는 경찰에서 "아기 전문 사진관이 늘어나면서 운영이 어려워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도 고소장이 추가로 접수되는 등 피해자가 계속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며 "부모들은 아이의 원본사진 파일이라도 돌려달라고 경찰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곽씨 차량에서 찾아낸 컴퓨터를 복원, 복구한 원본사진 파일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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