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샤워가 아닌 사(死)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몸을 깨끗하게 한다는 이유로 샤워를 즐긴다. 하지만 최근 한 연구에서 치명적인 각종 박테리아와 숨은 질병들이 욕조에서 살고 있음이 드러났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과학자들은 소독시스템을 거친 샤워기의 물과 욕조의 거품을 분석한 결과, 레지오넬라와 크론병부터 눈과 귀에 통증을 일으키고 심지어 패혈증까지 유발할 수 있는 박테리아와 곰팡이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영국 보건안전처(Health and Safety)의 전 수석 연구가이자 레지오넬라 전문가인 폴 맥더멋 박사는 소독시스템을 갖춘 샤워실에서 조사를 진행한 뒤 “샤워기에서 내뿜는 물이 변기보다 많은 박테리아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미러는 12일 (현지 시간) 샤워하는 사람의 주요 장기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욕조에 숨겨진 박테리아 등을 소개했다.

1. 눈

청결하지 않은 샤워 물에는 말라세지아 곰팡이가 포함돼 눈의 각막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고 샤워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각막염에 더욱 취약하다.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는 순간 각막에 미세한 상처가 생기고 이를 통해 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워를 하거나 물에 들어갈때는 반드시 콘택트 렌즈를 빼야 한다.



2. 귀

슈도모나스 박테리아가 눈과 귀에 감염을 유발한다. ‘수영선수의 귀’라고도 불리는데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이명이나 귀통증 등이 생긴다. 슈도모나스 박테리아는 살균이 잘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3. 폐

레지오넬라 박테리아가 포함돼 있는 미세한 물방울을 들이마시게 되면 레지오넬라에 걸릴 수 있다. 레지오넬라 박테리아는 섭씨 35∼37도에서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온수 샤워를 할 때 가장 잘 번성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의 초기 증상은 피로감, 기침, 두통, 고열 등으로 독감과 유사해 오진되기도 한다.

레지오넬라는 적정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인데 특히 노약자나 호흡기계 질환자, 면역력이 약한 환자 등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흡연자 역시 레지오넬라에 더 쉽게 걸린다.


4. 머리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은 샤워기에서 말라세지아 리스트릭타로 불리는 곰팡이를 발견했다. 이 곰팡이는 두피에서 감염을 유발하고 비듬 발생의 원인이 된다. 미용 브랜드인 로레알 헤어 케어에서 전문가에 의해 수행된 이전 연구에 따르면 말라세지아 리스트릭타의 밀도가 높을수록 비듬으로부터 고통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5. 위

랭커스터 대학의 연구는 샤워기 10개 중 1개는 파라결핵성장염균에 오염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러 세균에 의해 크론병이 유발될 수 있는데 크론병은 특히 소화기계통에 악영향을 미친다. 체중감소와 피로감, 설사 등을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샤워를 하기 전에 샤워기를 틀어서 수분 정도 틀어놓으면 오염원과의 접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6. 혈관

샤워기에서 발견된 슈도모나스 박테리아는 혈관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도 파악됐는데, 이 경우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폴 맥더멋 박사는 입원환자들은 특히 면역력이 약해서 박테리아와 싸워 이길 힘이 없고, 이 경우 패혈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