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국정연설 '과거를 홍보하고 미래를 선점했다'

공정경제·인간 위주 기술 등 과제 제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임기 중 마지막인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차기 5년, 10년 그 이후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며 공정경제, 인간 위주 기술, 미국의 안전, 최상을 위한 정치 환경 구축을 미국이 해결해 나가야 할 미래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공정경제와 관련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바꾸고 관공서의 불필요한 절차 등을 폐지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경제에서는 노동자와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등이 목소리를 내야 하고, 각종 규칙은 그들을 위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간 위주 기술 과제에 대해선 “기술이 공장의 조립라인에서만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자동화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일자리를 대체했다”면서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의 협상력을 잃고 더 많은 부와 수입이 상부 몇몇에만 집중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세계 경찰을 자처하지 않으면서도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미국을 만들고, 최악이 아닌 최상의 가치를 반영하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임기 중 마지막인 국정연설을 마친 뒤 왼손을 들어 청중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그는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과거에 보조금을 주기보다는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더러운 에너지를 폐기하는 노력에 속도를 내자”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혁신을 강조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느낄 때 민주주의는 고장 난다”면서 “정치 시스템이 부자와 힘센 자, 일부 좁은 이익을 위해 조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미국인들이 지금 그렇게 느낀다”면서 “이것이 내가 대통령 재임 중에 몇 안 되는 후회되는 일 중 하나다. 정단 간의 적대감과 의심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돼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암 정복’을 인류의 달 착륙 계획에 버금가는 미국의 새로운 도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국정연설에서 암 치료에 전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지난해 암으로 아들을 잃은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그 지휘봉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해 장남인 보 바이든 전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뇌종양으로 떠나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암 정복’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달 탐사 계획’(moonshot)에 빗댔다.

중국에 대해서는 각을 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두말이 필요없이 지구 최강국”이라며 “중요한 국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세계인들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해결에 나서도록 하지 않고 미국을 부른다”고 말했다.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슈퍼파워 때문에 우리가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역규칙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정한다”고도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을 향해선 견제구를 날렸다. 오마마 대통령은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공격 표적을 삼는 것은 안 된다”며 무슬림과 히스패닉 등에게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테드 크루즈 후보 등을 겨냥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