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션’ 문창진 다시 날다

AFC U-23 챔피언십 우즈베크전 2골 ‘원맨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에서 3년째 뛰고 있는 문창진(23)은 각급 대표팀의 에이스였다. ‘테크니션’ 문창진은 포항 제철고 3학년이던 2012년 1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이하(U-19) 결승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려 이라크를 꺾고 8년 만에 정상을 차지하는 데 수훈을 세웠다. 문창진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AFC 영플레이어상 수상자로 내정됐다. 당시 AFC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에 이근호, 감독상에 김호곤 당시 울산 현대 감독, 올해의 팀에 울산 현대 등 한국 축구가 수상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문창진은 영 플레이어상을 이라크의 모하나드 압둘라힘 카라르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AFC는 한국 축구가 시상식장을 독점할 것을 우려하며 대한축구협회에 문창진의 설득을 통사정하다시피 했다. 문창진 개인에게는 불운이었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해서는 쟁쟁한 팀 선배인 이명주(26·알 아인), 김승대(25·옌벤), 고무열(26·전북 현대) 등에 밀려 제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지난해 11경기에 출장해 4골을 기록하며 이름을 서서히 알렸다. 비상을 노리던 그는 부상을 당해 5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났다. 올림픽 무대를 밟기 위해 뼈를 깎는 재활을 거쳐 지난해 12월 신태용호에 합류했다.

문창진이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6리우올림픽 최종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특유의 세리머니를 연출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23세 이하의 올림픽 축구대표팀 핵심 멤버로 재기한 문창진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문창진은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6리우올림픽 최종예선 겸 AFC U-23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포항 제철고 후배인 황희찬(20·잘츠부르크 레드불)과 콤비를 이뤄 2골을 폭발시켜 2-1로 승리하는 데 앞장섰다. 오른발 왼발을 모두 쓰는 문창진은 전반 20분 황희찬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후반 3분에는 황희찬이 왼쪽 측면을 뚫고 들어간 뒤 수비수 1명을 제치고 내준 땅볼 크로스를 결승골로 연결하는 ‘원맨쇼’를 펼쳤다. 부담스러운 다크호스 우즈베키스탄과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향해 산뜻하게 출발했다.

문창진의 3년 후배인 황희찬은 포항 제철고에서 같이 뛴 적은 없다. 같은 학교의 경기 스타일에 익숙하다보니 잘 맞을 뿐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문창진은 킥이 정확하고 시야가 넓어 패스에 자신 있고 ‘한국형 수아레스’를 꿈꾸는 황희찬은 문전 돌파와 파괴력이 넘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정반대가 됐다.

이날 승리로 한국올림픽 대표팀은 1992년 1월 27일 일본전부터 올림픽 최종예선 30경기 연속 무패기록(22승8무)을 수립했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여전히 수비 불안을 드러냈다. 전반 23분 우즈베키스탄의 골키퍼가 시도한 롱킥을 주장 연제민(수원 삼성)이 백헤딩으로 골키퍼에게 연결하려다 이고르 세르게예프에게 볼을 빼앗겨 골키퍼와 1대 1로 맞서는 실점위기를 맞았고, 후반 중반에는 공을 걷어내려다 우리 편 골문 쪽으로 향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등 수비 불안은 신태용호의 숙제가 됐다.

올림픽 대표팀은 16일 밤 10시30분 비교적 약체로 평가되는 예멘과 C조 2차전을 치른다. 신태용호는 이라크와의 조 1위 경쟁을 대비해 골득실에서도 최대한 여유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예멘전에서 다득점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