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마블링 쇠고기 얼마나 먹는다고 건강 운운?

마블링이란 붉은 쇠고기 육질 사이에 하얀 눈꽃이 핀 것처럼 빼곡히 박힌 지방질을 말한다. 대리석 문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유독 한국인은 마블링이 골고루 퍼져 있는 쇠고기를 선호한다. 지방이 꽃처럼 피어 있는 꽃등심이 비싼 까닭이 여기에 있다. 현재 마블링으로 고기 등급을 나누는 나라는 한국·미국·일본뿐이다. 마블링 등급판정제도 관련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소비자 절반 이상이 쇠고기 등급 판정 기준인 마블링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최근 6개월 이내 한우고기 구매 경험 소비자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마블링은 고기 사이에 든 지방질로,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육즙이 많이 나오게 해준다. 그러나 조사대상의 53%는 쇠고기 마블링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이러한 응답 비율은 20대보다 50대에서 높게 나타나는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방 많을수록 높은 점수 받는다

현행 쇠고기 육질 등급은 마블링으로 예비등급을 판정하고서 ▲육색(살빛)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에 하자가 있으면 등급을 내리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즉, 지방을 많이 함유할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다.

응답자의 64.3%는 마블링 중심으로 판정하는 쇠고기 등급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쇠고기 등급제 개선 방안으로는 가장 많은 60.5%가 등급 기준에서 육색·지방색·조직감·성숙도 등 다른 평가항목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포화지방 등 영양정보 제공(47.4%) ▲맛을 판별할 수 있는 요인 포함(37%) ▲마블링 함량 낮춤(35.1%) 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마블링 위주 쇠고기 등급제를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소비자시민모임은 설명했다.

◆마블링 위주 쇠고기 등급제 개편 목소리 높아져

소비자시민모임은 "현행 쇠고기 등급제가 소비자 관점에서 쇠고기를 선택하는 기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검토하고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등급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소비자들이 쇠고기를 구매할 때 참고하는 마블링 위주의 소 도체 등급판정 기준 개편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신중론도 나왔다.

지인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쇠고기에 포화지방이 많아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마블링 중심의 쇠고기 등급판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지만, 국내 축산업 전반과 육류 소비 등 다양한 분야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등급판정제도 덕분에 한우 살아남았다?"

지 연구위원은 "현행 등급판정제도는 축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해 한우의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며 "이 같은 제도 덕분에 한우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등급판정제도를 손보게 된다면 한우가 외국산 쇠고기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개선된 등급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외국산 쇠고기와의 차별화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면, 한우산업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물론 많은 양의 포화지방 섭취가 건강에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2014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외국산 쇠고기를 포함해 10.8㎏에 지나지 않고 국내산 쇠고기의 1인당 소비량은 5.41㎏에 그친다"고 전했다.

이어 "2014년 1등급 이상 출현율 58.1% 가운데 지방이 많은 부위 비율이 25.16%(안심 2.02%·등심 9.72%·갈비 13.42%)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국민 1명이 마블링이 잘된 1등급 안심·등심·갈비를 먹는 양은 1년에 790g에 지나지 않아 쇠고기의 마블링과 건강과의 관계를 거론하는 것은 기우"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수요에 의해 움직여…소비자, 마블링 잘된 쇠고기 선호

지 연구위원은 "시장은 소비자에 의해 움직인다"며 "마블링 중심이 아닌 다른 사양관리에 따라 비육한 한우고기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등급판정기준 역시 변화해야 할 것이지만, 현재까지 소비자 입맛은 마블링이 잘된 쇠고기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육질과 육량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소 도체 등급판정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소 도체를 육질과 육량으로 구분해 각각 1++·1+·1·2·3 등 5개 등급과 A·B·C 3개 등급으로 결정한다. 육질 등급 판정 기준은 근내지방도·육색·지방색·조직감·성숙도, 육량 판정 항목은 도체중량·배최장근 단면적·등지방 두께 등이다.

등급판정제도로 국산 쇠고기가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소비자와 유통인이 참고할 거래 지표가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마블링 위주 판정기준 때문에 소에게 곡물사료를 과다하게 먹이게 되고, 국민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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