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15 19:35:29
기사수정 2016-01-15 19:35:28
기다린다는 것(와시다 기요카즈 지음·김경원 옮김·불광출판사·1만3000원)=‘기다림’은 사라지고 말았다. 인구 대다수가 휴대전화를 보유하면서부터다. 대부분은 약속시간에 만나기로 한 상대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곧장 휴대전화를 집어든다. 책은 ‘시간의 공백을 메우는 일’인 ‘기다림’을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시공간상의 간극을 뛰어넘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기다리지 않는 사회, 기다릴 수 없는 사회’가 도래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변화로 더는 마음 졸이며 상처 받을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상대를 마음에 새기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일, 무언가를 향해 자신을 열어두는 자세마저 잃어버렸을지 모른다고 이 책은 전한다.
청춘의 노래들(최성철 지음·뮤진트리·1만3500원)= 1980∼1990년대 국내 대중가요계 음악가와 노래를 음반기획사 페이퍼레코드 최성철 대표가 소개한다. 1980∼1990년대는 지금의 40대 중년이 청년이던 시기이며, 한국 가요의 청춘기로도 인식할 수 있다. 대중가요 명곡이 넘쳐나고, 대중음악이 대중문화 패권을 차지한 싱어송라이터의 시대였다. 저자는 당시 대중음악이 시대 정서와 교감하며 이뤄낸 성과를 주요 음악가와 그들의 음반을 들어 소개한다. 저자는 “대중음악의 역사나 문화사를 다룬 책이 아니며 당대의 명음반만 골라놓은 것도 아니다”며 “주관적일지라도 최대한 당시의 음악적 완성도와 대중성, 그리고 나와 우리가 함께 지니고 있을 만한 기억들에 근거해 뮤지션과 그들의 음반 몇몇을 선정했다”고 적었다.
마네의 회화(마리본 세종 엮음·미셸 푸코 외 지음·오트르망 옮김·그린비·2만3000원)=마네는 풍경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캔버스가 2차원 평면임을 강조했으며, 그림 내부에 빛을 그려넣지 않았다. 또 원근법이나 소실점 등의 장치를 통해 감상자의 위치를 고정하는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전문 미학자가 아니었지만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그는 마네가 현대 회화의 새로운 시대를 연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캔버스 공간의 물질적 속성들을 이용한 화가로 평가했다. 1975년 “회화는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고 즐기면서 글을 쓸 수 있는 드문 주제 중 하나”라고 밝힌 그는 클레와 칸딘스키, 마그리트의 그림을 분석한 글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은 푸코가 1967년 한 출판사와 에두아르 마네의 회화에 대해 저작하기로 했한 계약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 계약은 결국 무산됐지만, 훗날 푸코가 튀니지에서 강연한 내용과 여러 연구자의 발표문을 모은 책이다. 푸코의 마네 해석에 더해 라시다 트리키 튀니스대학 교수, 도미니크 샤토 파리1대학 교수 등의 글과 옮긴이 해제를 실었다.
옛사람이 건넨 네글자:생각을 잊은 인생에게(정민 지음·휴머니스트·1만5000원)=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에 지침이 될 사유와 성찰을 옛 고전에서 뽑은 사자성어로 전한다. 책은 100가지 사자성어를 ‘마음 다스리기’ ‘세간의 흥정’ ‘내려놓기의 기쁨’ ‘숫자로 세상 읽기’ 등 4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삶, 사랑, 세상에 대한 오랜 성찰 끝에 남긴 옛사람들의 말은 짧지만 묵직하다. 저자는 “인간은 한번도 변한 적이 없으므로 그때 유효한 말은 지금도 위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협동조합의 한 세기(G.D.H 콜 지음·정광민 옮김·그물코·3만원)=근대 협동조합의 선구자로 불리는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 탄생(1844년) 100주년을 맞아 1944년 발간된 책이 72년 만에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영국의 노동운동사를 연구해온 G D H 콜(1889∼1959)은 이 책에서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의 탄생에서부터 100년간 영국 협동조합 운동이 걸어온 길을 기록했다. 협동조합 운동이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지, 새로운 변화 속에서 어떤 도전과 과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방대한 조사를 통해 풀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부터 협동조합 운동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앞서 비슷한 경험을 한 영국의 사례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