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훈의 스포츠 뒷담화] 위기의 손흥민이 부족한 단 한가지, 움직임

[박태훈의 스포츠 뒷담화]

◇손흥민에 부족한 단 한가지는 무엇…움직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24)은 누가 뭐래도 현재 우리 축구가 가진 최고 자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토트넘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줄어드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FA컵 등에선 선발로 기용되지만 리그 경기의 경우 교체멤버로 투입되는 예가 잦아지고 있다.

왜 그럴까.

▲ 2002월드컵 스타 Z의 경우

그 이유를 파고들기에 앞서 2002월드컵 스타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Z선수는 2002월드컵 한국4강 신화의 주역 중 한명으로 당시 인기에 힘입어 유럽무대에 진출했다.

개인기도 좋았고 골문앞 감각, 볼터치감도 괜찮았다. 하지만 주전자리를 궤차리라는 기대와 달리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보따리를 싸서 돌아오게 됐다.

Z선수 유럽진출에 징검다리 노릇을 한 축구계 인사는 이런 말을 들려 줬다.

이 인사는 "그 팀 감독이 해준 말인데, '볼을 잡았을 때는 나무람이 없지만 볼이 없을 때가 문제, 특히 상대가 공을 가졌을 때 존재감을 상실한 반쪽짜리 선수였다'고 했어"라고 털어 놓았다.

Z선수는 한국에서의 습관처럼 상대방이 볼을 가졌을 때 하프라인 근처에서 어슬렁 거렸다. 한국에선 자기편이 볼을 소유하면 재빨리 하프라인에 있는 Z선수에게 연결하곤 했다.

하지만 유럽에선 최일선 공격수라도 수비압박을 하지 않는다면 여지없이 욕을 얻어 먹는다.

볼이 있는 곳이라면 그 부근에서 움직여야 한다. 볼 소유권이 우리편, 상대편과 관계없이.

당연히 1~3선 라인 간격이 좁을 수 밖에 없고 그라운드 전체를 누벼야 한다.

그러면에서 Z선수는 운동장을 반밖에 사용할 줄 모르다는 평가와 함께 감독 눈에서 점점 벗어났다. 

▲독일에서의 손흥민

2009년 독일 함부르크에 눈에 띄어 독일로 간 손흥민은 2010~2011시즌부터 분데스리가 경기에 투입됐다.

하지만 10~11시즌에선 13경기(3골)밖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2011~2012시즌 27경기 등 주전자리를 굳혔다.

2013~2014시즌을 맞아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2015~206시즌 1경기를 뛴 뒤 토트넘으로 건너왔다.

독일에서 170경기에 나와 50골(경기당 0.29골), 12도움을 올렸다.

이어 이번시즌 초반 3000만유로(408억원)을 받고 토트넘으로 옮겼다.

하지만 아직까지 레버쿠젠 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독일과 영국 축구 스타일 차이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모두 세계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통해 나름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본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좀 더 조직적이다. 이로 인해 경기 템포는 프리미어리그보다 약간 느슨하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상당히 역동적이다. 빠른 움직임, 거친 몸싸움 등으로 유명하다. 영국 축구가 럭비에서 비롯된 까닭에 받아서 빨리 달리고 이를 저지하려는 거친 태클이 알게 모르게 프리미어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손흥민 벽뚫고 나가는 파괴력이 없어

손흥민은 지난 14일 레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기까지 올시즌 19경기에 나와 4골(경기당 0.22골) 12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출전 19경기 중 9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지난달부터 선발출전 기회가 대폭 줄어 14일 레스턴전까지 내리 7경기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

손흥민은 상대 수비진을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비 몇명을 달고 다니는 타겟 스트라이커도 아니다. 원톱 밑, 혹은 측면쪽으로 처져 있다가 찬스가 나면 부드러움을 공간을 열고 슛을 때리는 타입이다.

손흥민이 좀더 확실히 자기 이름을 남기려면 파괴력을 갖춰야 한다.

아직까지 체격적인 면에서 파괴라는 단어를 붙이기가 뭐하다. 아스널의 웨질이 이번시즌 들어 펄펄 날고 있는 것은 '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상대벽에 튕겨나가지 않기 때문에 파괴력을 갖춘 어시스트 맨으로 재탄생했다.

▲ 손흥민, Z선수와 웨인 루니, 박지성으로부터 답을 찾아야

앞서 말한 Z선수는 골 감각에선 잉글랜드 간판스타 웨인 루니 못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한 박지성보다 뛰어났다.

그럼 왜 Z는 웨인 루니는 물론 박지성보다 미미한 존재가 됐을까.

바로 움직임이다.

지금은 확실히 못해졌지만 10여년전 웨인 루니는 대단했다.

볼이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자기편 골문까지 달려가 악착같이 볼을 뺏은 뒤 금방 상대편 골문까지 옮겨 놓았다.

박지성에 대해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간 지각 능력을 갖고 있다"고 격찬했다.

박지성은 '두개의 심장을 가졌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 뛰고 많이 뛰었지만 볼이 가는 길목을 보기좋게 찾아 다녔다. 그렇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프리미어리거들과 체력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손흥민이 한단계 더 올라 서려면 볼이 없을 때 움직임, 수비로 전환했을 때 이동거리를 보다 빨리 보다 멀리 해야 한다.  

많은 훈련량으로 극복해야 한다. 또 볼이 없을 때 움직임이 느려지는 습관을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토트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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