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들의 귀환'…野 정계 격랑에 70∼80대 다시 마이크

76세 김종인, 文 구원투수로…77세 윤여준은 安 창당 '얼굴'
86세 권노갑·72세 정대철, 더민주 탈당 '제3지대' 역할모색
야권이 정계개편의 격랑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노장 정치인 4인이 다시 마이크를 잡으며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권노갑(86)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윤여준(77) 전 환경부 장관, 김종인(76) 전 의원, 정대철(72) 전 더민주 상임고문 등 70∼80대 정치인들이 야권 판세를 주도하는 플레이어로 귀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김종인 전 의원은 더민주의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전격 수락하면서 현실정치의 길로 돌아왔다.

보수와 진보를 오가며 비례대표(전국구) 4선이라는 진기록을 갖고 있는 김 전 의원은 2011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으로 새누리당에 합류한 뒤 경제정책 기조를 경제성장에서 경제민주화로 전환하는데 앞장섰다 박근혜 정부 출범후 "경제민주화 후퇴"라고 비판하며 거리를 뒀고 여의도를 멀리해 왔다.

하지만 '삼고초려'에 나선 문재인 대표의 간청으로 "야당이 쪼개져선 민주주의에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된다"며 야권의 총선승리를 진두지휘할 구원투수로 나섰다.

윤여준 전 장관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직을 수락하며 2년 여만에 현실정치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안 의원과 손을 잡았다. 주로 보수 진영의 전략을 짜던 그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하던 안 의원을 조언했지만 문재인 후보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뒤에는 문 후보 캠프에 몸 담기도 했다.

2014년 독자 신당을 함께 추진하다 갑작스러운 민주당 통합 선언으로 결별했던 안 의원의 거듭된 '러브콜'에도 그는 건강상 이유로 수차례 고사를 했지만,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돌리고 신당 로드맵을 그리는 역할을 하게 됐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고문은 "제대로된 야당을 부활시키겠다"며 더민주를 탈당하며 제3지대에 섰다.

60년 가까운 정치인생에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당을 떠나는 것은 처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舊) 민주계의 대표 격으로, 5선을 지낸 정대철 전 고문도 "여러 갈래로 찢긴 야당 세력들을 하나로 대통합하겠다. 통합의 병풍역할을 자임하겠다"고 선언하며 탈당했다. 전직 국회의원 40명과 함께 당을 나서면서 일정한 영향력을 드러냈다.

김 전 의원과 윤 전 장관이 특정인의 편에 섰다면, 권 전 고문과 정 전 고문은 제 3지대에서 어지럽게 진행중인 야권 신당파 간 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병들의 귀환'에 대해 "최근의 정치상황에서 현장 정치인들이 충분한 대중 신뢰를 획득하고 있지 못한다는 방증"이라며 "나이가 많고 두루 경험이 많으며, 중량감 있는 인물의 정치적 자산으로 정치적 불신을 돌파하려는 의도와 맞닿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