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17 10:02:55
기사수정 2016-01-17 10:02:55
미국에 거주 중인 차지철(1934∼1979·사진) 전 청와대 경호실장의 딸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가족 등록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차 전 실장은 1979년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10·26 사건 때 박 대통령과 함께 사망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17일 차 전 실장의 딸(미국 국적)이 “나를 국가유공자의 가족으로 인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차 전 실장의 딸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인이 된 점이 판결의 근거가 됐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현행 국가유공자법은 유공자나 유족, 가족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면 유공자 등록결정도 취소하게 돼 있다”며 “이에 따라 보훈급여금 등 보상을 받을 권리도 소멸된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이어 “관련 법률의 목적, 취지, 개정 연혁 등을 고려할 때 국적을 상실한 자는 국가유공자나 그 유족으로 등록신청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지난 1974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경호실장에 임명된 차 전 실장은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김 전 중정부장의 총에 숨졌다. 당시 10살 남짓이었던 차 전 실장 딸은 이후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택했다.
차 전 실장 딸은 지난 2014년 3월 한국 보훈당국에 국가유공자등록 신청을 낸 바 있다. “아버지가 순직공무원으로서 국가유공자인만큼 자신도 유족 자격으로 지원·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보훈당국은 차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며 거부했고, 이에 불복한 차씨는 소송을 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