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숨 쉬다가 숨질 것 같아요"

지구촌 곳곳이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도시는 한시적으로 차량 운행을 금지하거나 대중교통을 무료화했고, 호흡기 질환을 우려해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차량 2부제 시행을 앞두고 사회 고위층을 예외자 명단에 포함시켜 비난을 받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베이징 등에서 스모그로 도시 전체가 뿌옇게 변해 ‘화이트 스모그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스모그로 가시거리가 떨어지면서 베이징의 한 공항에서는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돼 이날에만 300편 이상이 결항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이 기후변화 협정을 예정대로 이행할 경우 대륙을 뒤덮은 스모그를 42%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주요 언론 등에 따르면 셰전화 중국기후변화사무 특별대표는 최근 국무원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에너지사용량의 20%를 재생에너지 등으로 충당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셰 대표는 중국이 2030년 기후변화 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中, 대륙 뒤덮은 스모그 42% 줄이겠다

그는 "중국이 석탄 및 열에너지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줄이려 한다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종내에는 원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非) 화석 연료를 통한 중국의 에너지 생산 비중은 작년말 기준 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애초 목표치의 11.4%를 넘어선 것이라고 셰 대표는 전했다. 2020년 15%에 이어 2030년에 2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도록 한다는 게 중국의 목표다.

특히 셰 대표는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대응조치가 스모그 사태의 악화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 목표를 맞추면 스모그 주범인 오염물 배출을 42%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 실천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스모그 사태 해결에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게 되면 대체 에너지원이 등장하고 에너지 구조개편이 촉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쪽엔 스모그, 다른 쪽엔 방사능, 위로는 미사일"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2030년을 전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는 늘리지 않기로 재작년 미국과 합의한 상태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의 60∼65%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셰 대표는 "잠정 계산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1조 위안(약 7339조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기술 진보에 따라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의 목표는 조기에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원전 건설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지난달 초 앞으로 5년간 계속 내륙 원전 건설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30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으며 21기를 건설 중이다. 이들 원전은 지난해 중국의 에너지 수요량의 2.4%를 충당하고 있는데 이는 인도 3.5%, 프랑스의 77%보다 크게 적은 편이다.

◆스모그로 주변국에 피해 끼치는 중국에 대한 불만 '高高'

셰 대표는 "중국은 이미 연안지역의 원전 프로젝트를 재가동하면서 원자로 기술도 선진화하고 있는 중"이라며 "하지만 내륙지역 원전은 발주시점과 장소에 대해 추가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연안을 중심으로 8기의 원자로 건설을 승인했다. 국유기업인 중국전력건설그룹(파워차이나)은 최근 중국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5000억 위안(약 89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한편,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과 대기 정체로 계속 뿌연 하늘을 마주한 시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 대한 원망과 우려를 쏟아냈다.

A씨는 "지난 연말 미세먼지가 많았던 게 맞구나. 전철역부터 집까지 걸어왔더니 목이 아팠다"며 "미세먼지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보호막이 있으면 좋겠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안개가 자욱해 운치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세먼지였네"

B씨는 "얼마 전 새벽에 산책하는데 안개가 자욱해 운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미세먼지였네"라고 적기도 했다.

C씨는 "예전엔 물도 사먹겠다 하면서 걱정했는데 이젠 정말 공기도 사서 마시게 생겼다. 청정지역 산소 마시고 싶다"고 썼다.

몇년째 스모그로 주변국에 피해를 주는 중국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D씨는 "제발 관리 좀 해라. 나무를 심던가 뭐라도 좀…피해만 받는 우리 생각도 좀 해봐야 한다"면서 "한쪽엔 스모그, 다른 쪽엔 방사능, 위로는 미사일"이라고 '위험물질'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상황을 표현했다.

E씨는 "일기예보에선 늘 미세먼지를 주의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그냥 집에만 있으라는 건가"라고 구체적인 대처법을 궁금해했다.

◆스모그 대응 체계, 차라리 중국이 한국보다 낫다

F씨는 "중국은 심각한 스모그에 대한 조치로 차량단속·휴교·경보를 내렸다. 한국은 지금 뭐하는 것이냐"며 "스모그 대응 체계는 한국이 중국보다 후진국이다. 이건 인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연말 대기 흐름이 정체된데다 중국 쪽에서 이동해온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국내 대기 상태가 크게 나빠졌다고 밝히면서,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풍 계열 바람이 우세해 중국 쪽의 미세먼지가 대량 유입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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