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심포니, 온화하지만 바위처럼 탄탄”

‘최고 지휘자’ 무티, 12년 만에 내한공연
올 상반기 클래식계 기대주는 단연 시카고심포니(CSO)와 리카르도 무티(75·사진)의 내한이다. 이들은 28,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현 시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인 무티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2010년부터 CSO 음악감독으로 일하는 무티는 지난 5년에 대해 “여전히 신혼여행 같다”며 단원들에게 애정을 표했다. 그는 CSO의 장점을 자신이 수년간 일했던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비교하며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스토콥스키 시절부터 수천 가지 색으로 가득 찬 향수 같은 독특한 현 소리를 냅니다. 시카고심포니는 덜 ‘향수’ 같지만 더 견고하고 탄력 있습니다. 바위처럼 매우 탄탄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온화하죠. 이 악단을 오래 지휘한 게오르그 솔티가 이런 소리를 빚어놓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무티가 한국을 찾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12년 만이다. 그는 아시아 음악 시장에 대해 “청중들이 매우 젊고 진지한 점이 이탈리아 사람인 제게 큰 희망”이라며 “아시아인들의 서구 음악문화를 향한 헌신을 깊이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첫째 날에 베토벤 교향곡 5번,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이튿날에는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 힌데미트 현과 관을 위한 협주음악 등을 들려준다. 무티는 “문학적으로 중요하고 우리 악단의 특성을 보여줄 프로그램”이라며 “베토벤 5번 연주는 대단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카리스마와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그는 지휘자란 존재에 대해 “100명의 단원, 200개의 눈이 내가 하늘, 천국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며 지휘자만을 바라본다”며 “그렇기에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고 가끔은 권위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지휘자는 작곡기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불행히도 요즘은 그런 경우가 드물죠. 저는 작곡을 10년 정도 배웠습니다. 젊은 지휘자들은 화성·대위법, 관현악 편성법 등을 깊게 연구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쇼 같은 외적인 데 관심이 더 많습니다. 지휘자는 리더, 아버지, 형이 돼야지 독재자가 돼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모든 이와 친구가 되고 그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사랑받기만 원하는 지휘자는 제 성격에 맞지 않습니다.”

송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