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17 17:11:49
기사수정 2016-01-17 17:11:49
국내 치매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치매환자의 치료비·생활비 등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치매신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원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경증치매 증가에 대응한 치매신탁 도입 필요성’ 보고서에서 “현재 중증치매와 정상인의 중간상태인 경증치매자는 정부(노인장기요양보험)와 민간(금융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라며 “금융권에서 경증치매자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지원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증치매는 걷기, 앉기, 화장실 가기 등 일상생활활동에는 문제가 없으나 교통수단 이용, 외출, 금전활동 등 수단적 일상생활활동에는 문제가 있는 상태다. 조금 전에 들었던 이야기나 일을 잊어버리거나 계산을 하지 못하고 오늘이 며칠인지 알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경증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환자 중 58.8%에 달한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 수는 65만명으로 추산됐고, 2020년 84만명, 2050년에는 271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황 연구위원은 “현행 정부의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신체기능 중심의 평가구조 때문에 경증치매자의 경우 대부분 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민영보험에서도 경증치매자는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경증치매자 부양가족은 요양비 부담 때문에 자택에서 수발하거나 방치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경증치매자 보호를 위한 보험사의 치매신탁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의 93%가 치매발병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초기치매 치료비용 등의 준비 필요성에 대해서는 89.9%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치매 문제가 불거진 일본에서는 후견인제도를 활용한 ‘후견제도지원신탁’을 미쯔비씨UFJ(三菱UFJ)신탁은행 등 4개 신탁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신탁에 가입하면 치매환자인 피후견인의 재산 중에서 일상적 지출에 필요한 자금은 예적금 등으로 남겨 후견인이 관리하고, 사용하지 않을 자금은 신탁은행 등에 위탁·관리할 수 있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위해 신탁은행과 거래를 하려면 가정재판소의 지시서를 받아야 한다. 또 가정재판소는 후견인에 대해 피후견인의 요양간호, 재산 관리 및 기타 후견사무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 보고나 지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수시로 필요한 감독을 하거나 수지관리 상황을 보고받을 수도 있다.
황 연구위원은 “경증치매기의 소요비용을 추산해 보면 최소 4763만원에서 최대 5158만원이 들고 경증치매기와 중증치매기를 합한 치매 전 기간의 소요자금을 준비한다면 1억1200만~1억16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금융권에서는 경증치매자에 대한 치매신탁과 중증치매자에 대한 치매보험을 패키지로 개발·판매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