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아우르며 눈물과 웃음 '1980년대로의 시간여행'

최고 시청률 21.6%… 배경음악마다 대박 / tvN ‘응답하라 1988’이 남긴 것 대한민국을 ‘복고열풍’에 빠뜨렸던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이 16일 20화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응팔은 ‘후속은 전작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전 세대를 TV 앞으로 불러들이며 ‘응답하라 1997’(2012년), ‘응답하라 1994’(2013년)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최종화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편은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 19.6%, 최고 시청률 21.6%을 기록하며 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전날 시청률은 평균 18.6%, 최고 21.7%였다. 이는 2010년부터 역대 케이블TV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슈퍼스타K2’(최종화 평균 18.1%, 최고 21.1%)의 시청률을 넘어선 것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텐바이텐 대학로점에서 학생들이 복고열풍을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관련해 과거 추억의 아이템을 현대화한 공식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배경음악(ost)도 대박을 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매번 그 시절 음악들을 추억여행의 장치로 활용했다. 응팔은 80년대 가수들의 원곡과 젊은 가수들이 다시 부른 리메이크곡을 적절히 믹스해 ‘쌍팔년도’ 분위기를 되살렸다. 김필의 ‘청춘’(원곡 산울림),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전인권), 오혁의 ‘소녀’(이문세), 박보람의 ‘혜화동’(동물원) 등 11곡은 드라마가 방송된 10주 동안 주요 음악차트 상위권을 지켰다.

응팔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세대와 성별을 아우른 이야기의 힘에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1980∼90년대 서울 도봉구 쌍문동 봉황당 골목 사람들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나누고 함께하는 ‘이웃사촌’의 모습은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줬으며, 중장년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경찰을 피해 도망다니는 운동권 딸과 그를 감싸는 엄마,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은행에서 ‘명퇴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쓸쓸히 퇴직해야 했던 아빠,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합성한 결혼사진을 걸어두고 살았던 부모님의 이야기 등은 그 시절을 힘겹게 겪어낸 40∼50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하지만 응팔은 시청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봤던 ‘러브라인’의 결말 때문에 큰 여운과 논란을 남기기도 했다. 제작진은 덕선(혜리)의 남편 후보로 정환(류준열)과 택(박보검)을 설정하고 다양한 힌트를 주며 극을 끌어갔다. 시청자들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파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파로 나뉘어 치열한 추리와 응원을 펼쳤으나 18화까지 ‘어남류’파가 우세한 상황이었다. 19화에서 남편이 택이로 밝혀지자 많은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정환이가 남편이 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작가가 갑자기 남편을 바꾼 것 같다” 등 반응을 보이며 불만을 나타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1980년대 추억과 감성, 이웃 간의 정, 부모 자식 간의 소통을 보여준 응팔은 가족드라마도 색다른 스토리텔링으로 엮으면 참신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면서도 “드라마의 감정선이 줄곧 정환에게 맞춰져 있었는데, 물러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멜로드라마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새드엔딩이 됐다”고 평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