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17 19:40:59
기사수정 2016-01-17 19:52:57
연 7300억 달러 개도국 인프라 건설시장 참여 ‘부푼 꿈’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16일 공식 출범했다. AIIB의 출범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체제에 도전하는 중국의 굴기(우뚝섬)를 상징하는 대사건이라 할 만하다. 미국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 금융시장 재편에 껄끄러운 시선을 보이고 있고, 일본 역시 엔차관을 확 풀겠다며 맞불을 질렀다. 앞으로도 국제금융패권을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가열될 게 틀림없다.
AIIB는 우리 경제에도 큰 기회다. 57개 회원국 가운데 지분율 5위(3.81%)에 해당하는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한 우리나라는 연간 7300억달러(약 887조원)에 달하는 아시아지역 인프라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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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총회에서 진리췬 AIIB 총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AIIB는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57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운영에 들어갔다.
시 주석은 이날 축사를 통해 “AIIB가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아시아와 세계의 발전·번영 촉진에 새로운 공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IB의 출범은) 글로벌경제 거버넌스 시스템 개혁과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면서 “세계 경제의 짜임새가 조정되고 변화하는 조류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국제금융질서의 새판짜기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AIIB는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금융기구로, 2013년 10월 시 주석이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제안했다. 국제금융가에서는 AIIB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시장을 재편하기 위한 중국의 도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이 미국의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면서 AIIB에 참여한 것은 막대한 인프라 건설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IB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 사업자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인프라 투자 수요는 건설, 토목, 통신·정보기술(IT), 전력, 상하수도 등을 망라하고 있어 매년 7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베이징으로 날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AIIB 창립 개소식에 참석해 “AIIB는 아시아의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부족한 투자자금을 메워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박3일의 중국 방문 기간 AIIB 내 위상과 영향력 확대에 안간힘을 쏟았다. 유 부총리는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와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무장관을 만나 AIIB의 한국인 전문인력 채용과 우리 기업의 해외 인프라시장 진출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내달 중순쯤 결정될 예정인 AIIB 부총재 자리 하나를 한국이 맡도록 협조도 당부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AIIB 출범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면 우리 금융기관들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IB 자금을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이 참여하는 광역 두만강개발계획(GTI)과 연계할 경우 동북아 지역 개발과 더불어 통일 기반 조성에도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정부는 AIIB를 활용하기 위해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아시아 인프라 시장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코리아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코리아 패키지에는 우리 기업의 수주 역량을 높이는 민관 합동 종합 지원체계 구축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일본은 AIIB의 공식 출범에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수요를 놓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은 AIIB의 활동이 본격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엔차관을 무기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아시아의 인프라 정비에 엔차관 방식으로 약 1100억달러(약 134조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엔차관 요건도 완화해 엔차관 신청에서 실행까지 걸리던 시간을 종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미일이 운영을 주도하는 ADB가 AIIB에 협조융자를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