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악의 축’… 이제 북한만 남았다

4차 핵실험 추가제재 앞둬… 미 “핵개발 동결 조치땐 대화”… 오바마 막판 담판 여부 주목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무기 개발에 나섰던 북한과 이란이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지난해 7월 미국 등 서방 6개국과 핵협상을 타결했고 국제사회는 16일(현지 시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2001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이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부시 대통령의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을 상대로 핵협상을 시도하다가 북한과는 실질적인 대화를 포기한 채 이란 문제에만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북한은 국제사회의 ‘불량국가’로 남아있고, 이란은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북한 김정은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이란의 길을 따르라고 종용하고 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부장관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란의 방향을 고려하면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란처럼 핵 개발 동결 조치를 먼저 단행하면 대화의 문을 열겠다는 게 블링컨 부장관의 설명이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제시한 ‘핵 없는 세상’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 막판 담판을 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이란 핵 문제가 본격적인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외교력을 기울일 여력이 생겼다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서로 불신의 골을 뛰어넘기에는 이미 너무 멀어진 게 현실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실시한 4차례 핵실험 중에서 3번을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에 결행했다. 이로써 북핵 6자회담의 2005년 9·19 공동성명과 북·미 간 2012년 2·29 합의도 물거품이 됐다.

케리·자리프 환담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합의 이행을 검증했다고 발표한 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IAEA의 검증 결과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대이란 제재를 해제했다.
빈=AP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고강도 대북 제재안이 도출되도록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한반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추진하는 등 북한의 핵전력 증강에 따른 군사적 맞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란 모델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핵무기를 체제 생존의 핵심 수단으로 여기는 북한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