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국가' 벗고 부활하는 페르시아

중동의 맹주 이란, 국제사회 복귀 중동의 맹주 이란이 국제사회에 복귀하게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이란에 부과한 경제·금융제재를 16일(현지시간)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지난해 7월 14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타결한 핵합의 이행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유엔도 이날 이란의 핵합의 이행을 확인하고, 대이란 제재 대부분을 해제했다.

케리·자리프 환담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합의 이행을 검증했다고 발표한 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IAEA의 검증 결과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대이란 제재를 해제했다.
빈=AP연합뉴스
이로써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불량국가’ 목록에는 북한만이 남게 됐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의 핵무기 위협이 줄어들었다”며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란의 핵 합의 이행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문구를 적었다고 백악관은 발표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오늘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는 이행일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이란 핵합의 이행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이로써 유엔이 2006년 이래 이란 제재를 위해 채택하여 적용해 왔던 7개의 결의사항 내용은 대부분 자동적으로 해제된다고 유엔 외교관들은 설명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앞줄 왼쪽)과 아마노 유키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가운데),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앞줄 오른쪽)가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IAEA 본부에서 만나 이란의 핵합의 이행을 확인한 뒤 걸어가고 있다.
빈=EPA연합뉴스
앞서 IAEA는 이란이 핵합의에 따른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핵 프로그램을 동결·축소하는 조치에 들어가야 제재를 해제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켰다는 평가였다. 제재 해제 발표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런 은총을 주신 신께 감사하며, 위대한 인내를 발휘한 이란에 경의를 표한다”며 기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 핵합의 이행은 중대한 이정표”라고 환영했다.

이번 경제·금융제재 해제로 이란의 원유·석유화학 제품 수출의 길이 열리게 됐다. 자체 유전 개발에 해외자본을 끌어올 수도 있다.

또 조선, 항만 분야와 자동차, 알루미늄·철강 거래에 대한 제재도 풀렸다. 약 1000억달러(120조원)로 추정되는 해외 동결 자산의 활용도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이란 금융기관들이 외국 업체와 자금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이란 정부는 제재 해제에 앞서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이란에 억류됐던 워싱턴포스트의 이란 특파원인 제이슨 리자이안 기자를 포함해 미국인 4명이 석방됐다. 미국은 기소됐던 이란인 7명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모든 분야의 제재가 풀린 것은 아니다. 미국 국민이 이란 업체와 직접 거래하기 위해서는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무기금수 제재와 탄도미사일 개발 제재는 각기 5년, 8년 동안 유지된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