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18 19:39:22
기사수정 2016-01-18 23:14:44
공급과잉 전망… 국제유가 3%이상 ↓/ 제재 풀려도 국내 유가 혜택 적어/ ℓ당 세금 900원… 고정비용 큰 탓
국제사회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주유소의 기름값도 내릴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차량 소유주들의 ‘주머니’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382.55원으로 전날보다 1.27원 하락했다. 3일 전인 15일의 1387.15원에 비해서는 4.9원 싸졌다. 이 같은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란의 원유 공급으로 인한 큰 폭의 주유소 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기름 가격이 많이 떨어진 데다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현재 휘발유 값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 ‘유류세’ 비중은 L당 900원 선. 고정 비용이 크다 보니 원유가 인하에 따른 가격 하락 여지가 작을 수밖에 없다.
2013년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105.25달러였다가 지난해에는 50.69달러로 50% 하락했다. 하지만 2013년 1월 4째주의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L당 1921.5원에서 2015년 같은 기간 1435.1원으로 25%가량 하락하는 데 그쳤다.
휘발유 판매 구조도 유가 경직성의 한 요인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는 ‘밀가루’, 휘발유 등 소비자가 구매하는 석유제품은 ‘과자’”라며 “밀가루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꼭 과자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제품 수요가 많으면 가공(정제) 비용이 상승하고 소비자 구매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싱가포르 석유 시장의 영향을 받는데, 업계는 중국의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 휘발유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 소진까지 2∼3주가 걸리는 것도 기름값이 빠르게 떨어지지 않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기름값이 떨어지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직격탄이 생산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라며 “원유 공급 감소로 저유가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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