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철수 ‘영입전쟁’ 불 붙었다

문 ‘박원순맨’ 김민영·오성규/ 안, 송기석 전 부장판사 영입… 시민사회계 vs 호남개혁인사 선거대책위 구성으로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더불어민주당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코앞에 둔 국민의당의 세확장 경쟁이 이번주부터 각 분야에서 격화하고 있다.

특히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국민의당 창당준비위 안철수 의원이 각 당의 영입위원장을 맡아 ‘영입 전쟁’을 독려하는 가운데 양당이 영입인물의 과거 이력이나 ‘이승만 국부 발언’ 등을 놓고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야권 전체의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운데)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오른쪽)과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영입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을 소개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영입 경쟁 본격화

18일 문 대표는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환경운동가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안 의원은 송기석 전 광주지법 판사의 영입을 발표했다. 김 전 처장과 오 전 이사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깝다. 2007~2011년 참여연대 재직 당시 박 시장과 함께 시민운동을 했고, 두 차례의 시장 선거에서 박 시장을 보좌했다. 출신지는 전남 목포로, 광주 전남고를 졸업했다. 오 전 이사장도 2011년 재보선에서 실무를 담당했고, 박 시장 취임 후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일했다. 경남 진주 출신이다. 둘의 영입 배경에는 문 대표와 박 시장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판사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20여년간 광주 지법과 순천지원 부장판사로 근무해 지역 법조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퇴임 직전인 지난해 10월에는 1981년 용공 누명을 쓴 광주 횃불회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해 개혁 성향을 인정받았다.

국민의당 박선숙 집행위원장은 이날 “(더민주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매일이든, 이틀에 한 번이든 꾸준히 새 인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양측의 인재영입이 비교될 상황인 것이다. 이날 양측의 영입은 각각 시민사회계와 호남 개혁 인사로 구분됐지만, 앞으로는 양측이 차별성을 보여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양당 모두 전문성·참신성을 갖춘 인사를 선호하고, 호남 인사를 우선 배치하겠다는 전략이 일치해 인재풀이 겹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오른쪽)이 18일 오전 마포구 당사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가진 송기석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와 악수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뜻밖의 이념 경쟁 복병

당초 신당의 중도성향 대 더민주의 진보성향 간 대결이 야권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 관측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한상진 창준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이후 외연 확장보다는 극단적 이념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더민주 핵심 인사들이 직접 한 위원장에 십자포화를 퍼부었고, 한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확대기조회의에서 “(전두환정권 국보위에 참여한 김 위원장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며 김 위원장의 국보위 경력을 비판했다.

문제는 이념 논란이 가열될수록 야권에는 불리하다는 사실이다. 문 대표가 김 선대위원장을 영입하고 ‘유능한 경제정당’을 내세우는 것, 안 의원이 한 위원장을 영입하고 중도 정당을 표방하는 것은 모두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것인데, 현재의 상황은 케케묵은 이념 논란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의당 당사에는 4·19 유공자 출신 한 시민이 난입해 고성을 지르며 한 위원장 발언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 대표와 안 의원 간 직접 충돌의 조짐도 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기조회의에서 문 대표의 야권분열 비판 발언을 거론하며 “그런 인식과 태도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참담하고 굴욕적인 상황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