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도발 배후’ 김영철, 통전부장 내정설

새누리당 싱크탱크 보고서 /대남 담당 김양건 후임 관측“숙청 탓 인물난… 김정은 정권 한계”
북한 대남도발 총책인 김영철(사진) 정찰총국장(대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첩보가 여권에서 흘러나왔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지난해 8월 비무장지대(DMZ) 내 목함지뢰 도발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 김양건 후임 통전부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내정-정책연구실 대외비’란 보고서를 전달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30일 김양건이 교통사고로 숨진 이후 공석인 통전부장 자리에 김영철이 내정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당국은 이에 대해 “김영철이 김양건 생전에도 실질적으로 남북대화와 남북관계 현안에 개입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김영철이 공개적 대남 대화창구인 통전부장 자리까지 가져간다면 처형과 숙청으로 쓸 만한 인물이 많지 않은 김정은 정권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북한 대외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가 16일자 2면에 1953년 정전협정 문건에 서명하는 김일성 주석(왼쪽 사진)과 4차 핵실험 최종 명령서에 서명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진을 함께 실었다. 두 사람의 닮은 점을 부각시켜 세습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이번 핵실험이 50여년 전처럼 미국에 대한 승리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김영철은 대남 군사도발뿐만 아니라 사이버전을 비롯한 각종 공작을 주도하는 정찰총국 우두머리로, 미국 영화사 소니를 해킹한 주범으로도 지목된 인물이다. 1990년대 남북고위급회담 등 남북대화에서 김영철과 여러 차례 대면한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우리 쪽 회담대표들을 괴롭혔던 아주 고약한 인물”이라며 “김양건 사망으로 대남통 명맥이 끊겼고 후임을 맡길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으니 그동안 남북관계를 뒤에서 농락한 인물을 앞세워 계속 장난(공작)을 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통전부가 대남대화뿐만 아니라 대남 공작업무까지 한다는 점에서 ‘김영철 통전부장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대남 적화통일을 목표로 한 통전강화 의도를 숨기지 않는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철이 막후에서 남북대화와 남북관계에 개입해온 마당에 굳이 공식 직책을 맡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직 안보당국 고위 관료는 “대남공작기관인 225국이 정찰총국으로 흡수된 것처럼 통전부 역할을 김영철이 독점하되 통전부장 자리는 공석으로 놔둘 수도 있다”며 “군인이 당의 공식기구를 접수하는 것은 북한의 당·군·정 부문 인사논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