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출근하실 시간입니다" 로봇이 말을 걸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홀로그램과 대화하는 주인공처럼 로봇과 대화하며 집안 가전기기 등을 조종하는 영화 속 이야기가 조만간 일본에서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 스스로 ‘미친 창조자’라고 말하는 직원들. 20대 중·후반인 그들은 남들이 상상만 했던 일들을 현실로 끌어내며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들이 개발한 '캐릭터 홀로그램 커뮤니케이션 로봇(이하 로봇)’은 '홀로그램 프로젝션'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기술, 모션인식 등의 센서가 하나로 결합한 형태로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연동하며 로봇에 설치된 센서는 사람의 행동을 인식해 주인의 명령에 따르는 개인비서 역할을 한다.

이에 로봇은 집에 들어오기 전 보일러를 가동해 집안 온도를 유지하며, 목욕물을 데우고,  TV, 전등 스위치 등을 켜는 등 연동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또 온라인 기반으로 뉴스콘텐츠를 내려받아 주인에게 날씨, 이슈 등을 브리핑한다. 이 모든 명령과 실행결과는 주인과 음성으로 주고받는다.
로봇에는 가전기기 컨트롤, 클라우드, 영상, 음성,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됐다.
집에 돌아온 주인을 보고 인사한다.
주인 명령에 따라 TV를 켠다.
주인을 깨우며 출근 준비를 시킨다.
출근하는 주인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놀라운 사실은 일본 대기업이 만든 IoT 솔루션이 아닌 20대 청년 5명이 만들어 낸 것으로 그들은 "개인의 취미와 기호에 맞는 다양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신념으로 지난 2014년 2월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설립한 후 근 2년 만에 이러한 성과를 거뒀다.
자신들 스스로 ‘미친 창조자’라고 말하는 직원들.
이는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연간 13조엔(약 130조원)을 쓰는 기업, 국가의 연구개발 사업이 만든 결과로 일본이 왜 '과학 강국'인지를 설명하는 듯하다. (실제 일본은 21세기 들어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미국 이어 2위다.)

청년들은 "미친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도 가장 미친 회사를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상상에서나 가능한 소리 같아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할 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학업보다 만화 속 세상을 좋아하고 아이돌을 위해 목숨 거는 사람이라는 '오타쿠(마니아)' 같은 면도 강조한다.

어쩌면 이런 마니아 같은 특이한 발상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창조로 나타난 것은 아닌지. 성과 위주, 경쟁에서 탈피해 자신이 꿈꿔왔던 일에 열정을 쏟아 부은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19일 일본 현지 언론은 올가을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전 주문이 시작되며 상용화 절차를 밟는다고 전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김승환)이 주관하는 '2015 과학창의 연례콘퍼런스'에서 6명의 노밸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고야대의 하마구치 전 총장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젊은 세대의 개성을 소중히 생각한다. 제자의 별난 생각이라도 스승은 그것을 잘 들어주어야 하며, 안 된다고 하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고야대학이 그런 문화를 갖고 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매우 평등하다"

"재능 있는 학생에게 애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나도 학생 시절에는 스승에게 많은 애정을 받았다. 한번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서 더 이상 연구를 계속해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스승은 나를 조용히 지원해 주었다. 이를 통해 서로 신뢰가 생겼고 연구를 계속해 갈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애정은 정말 중요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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