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보고>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아직 검토 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방안도 대통령 업무보고에 넣지않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작업은 워낙 예민한 문제라서 지금 딱 '언제다'라고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는 것을 양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단계적인 개선안을 만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보건복지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업무보고에서 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문제를 뺐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올해도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작업의 정부 결과물을 쉽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내내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공수표를 날린 바 있다.

올해도 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목록에서 제외됨으로써 개편 전망은 어둡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방향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러다간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는 결실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마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은 2013년 출범한 현 정부의 국정과제였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같은 해 7월 각계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꾸리고, 국세청 자료까지 끌어와 개선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통해 기획단 차원에서 이듬해 2014년 9월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복지부는 기획단 개편안을 가지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며 이후 세 차례나 발표를 연기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2015년 1월에는 연말정산 파동이 벌어지자 당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 2015년 안에는 개편안을 발표하지 않겠다며 부과체계 개편 추진 자체를 사실상 백지화했다.

당장 고소득 직장인이나 보험료 한 푼 안 내고 무임승차하는 부유한 피부양자 등 약 45만명의 부유층을 위해 건보료 부담에 시달리는 수백만명의 저소득 직장가입자들의 고통에 눈감았다는 반발여론이 들끓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복지부는 백지화 선언 6일 만에 재추진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며 작년 2월말부터 새누리당과 당정협의회를 통해 늦어도 그해 6월 중에는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이후 7차례 당정협의를 거쳐 개편안을 만드는 작업을 벌이며 2015년 안으로는 개편안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말뿐이었다.

현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시행하면서 만들어졌다. 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하는 직장가입자와는 달리 지역가입자의 소득자료 보유율이 10%대에 불과했던 당시 상황에서 임금근로자가 아닌 지역가입자에게는 세대원 수와 나이, 재산 등에 따라 소득을 추정해서 보험료를 매겼다.

이후 2000년에 종합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바꾸고 세대원 수·성·연령 등을 점수화했을 뿐 기본적으로는 26년 전과 같은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부과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땜질식 처방에 급급했다. 누더기가 되다시피한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의 항의와 건보료 민원을 낳았다. 보험료 관련 민원은 전체 민원의 80%를 차지하며, 그 건수도 해마다 증가해 2014년에는 6천만건을 넘었다.

한편, 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어내 별도의 공사로 만드는 방안도 올해 업무보고나 추진계획에 넣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진엽 복지부장관은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는 정부의 공식 방침이지만, 국회 논의를 거쳐 관련법이 통과해야만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