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최종 조정 결렬…파업 치닫나

2005년 말 마지막 파업…이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의 2015년 임금교섭 최종 조정도 결렬돼 파업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9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임금교섭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37%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총액 대비 1.9% 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을 내놓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조종사노조는 "조양호 회장의 급여 인상률에 맞춰 임금을 37%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37%의 근거가 된 기사는 계산 착오가 있었고 실제로 조 회장의 임금은 계열사 전체를 합해 6.2%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급여 인상분만 따지면 1.6%이다.

조종사노조는 근본적으로 십수년간의 대한항공 조종사 임금인상률, 해외항공사와 임금수준 비교, 회사의 수용가능성 등을 고려했다며 노동위 조정과정에서 인상률을 따로 변경하지는 않았다.

사측 또한 1.9% 인상안을 고수해 결국 조정중지 결정이 난 것이다.

대한항공은 20일 "만일 노조가 쟁의행위를 추진한다면 고객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대비하겠다"며 "(노조가) 법과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종사노조는 지난 12일부터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기준으로 조합원 1천85명 가운데 741명(68.29%)이 투표했다.

파업을 하려면 조종사노조(KPU)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조종사새노동조합(KAPU)소속 조합원 760명을 더한 숫자의 과반이 동의해야 한다.

새노조 집행부는 파업 찬반투표에 동의하지 않았다. 조종사노조는 새노조 소속 조종사들도 찬반투표에 동참하라며 투표 기간을 2월1일로 연장했다.

만약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파업을 벌인다면 2005년 12월 나흘간의 파업 후 10년 만이다.

하지만 파업을 한다고 해도 실효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2008년부터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파업 시에도 필수 업무를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조종사들이 파업해도 80% 인력은 유지해야 하며 필수업무 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조종사노조는 일단 찬반투표 결과를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조종사 유출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대한항공 내국인 조종사 2천340명 중 145명(6.2%)이 퇴직했다.

퇴직자 가운데 134명(진에어 파견 12명 포함)은 이직자이고 11명은 심사불합격·징계 등 기타 사유로 회사를 떠났다.

주로 기장들은 훨씬 많은 연봉을 주는 중국 항공사로, 부기장은 기장 승진이 빠른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로 연쇄 이동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조종사 부족으로 2010년 이후 연간비행시간이 1천시간에서 1천50시간으로, 일일 착륙횟수가 4회에서 5회로 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외국인조종사 396명 가운데 20%인 79명이 지난해 퇴사하는 등 외국인조종사 역시 대한항공에서 경력을 쌓고 더 좋은 급여조건을 찾아 떠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시아나항공[020560] 조종사노조는 2014년과 2015년 임금협상을 모두 타결하지 못했고 최근 사측으로부터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받은 일반노조에 힘을 보태겠다며 임금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지난해 내국인 조종사 1천311명 가운데 59명(4.9%)이 회사를 떠났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