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학교 성폭력 실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영수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부터 가르쳐야 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학생 인권만큼 교권도 보호받아야 한다.”

세계일보가 20일까지 3회에 걸쳐 연재한 ‘학교 성폭력 실태보고서’ 시리즈를 읽은 독자들 반응이다. 한 여교사는 “부모님들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은 성희롱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아 성폭력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취재와 연재 내내 기자의 머릿속 시계는 2005년 이맘때에 머물렀다.

남학생 40여명이 또래 여학생한테 몹쓸 짓을 한 것으로 밝혀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지역사회와 학교는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바빴다. 

김건호 사회부 기자
이번에 기자가 만난 취재원들은 “지금도 학교는 성폭력 피해를 숨기기에 급급하다”고 털어놨다. 그 사이 여학생은 물론 여교사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11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교실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신년정책 발표회에서 “상근변호사를 채용해 교권보호 법률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학내에서 성희롱·성추행 등 피해를 본 교사들에게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에는 단 한 번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도 교단에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학교 현장을 얼마나 알고 이 같은 대책을 내놓았는지 의문이 든다. 20년간 교편을 잡은 한 지인은 “학생이나 동료 교사들이 성폭행을 당해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변호사 채용 등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신고조차 하기 힘든 꽉 막힌 학교 분위기 속에서 강력한 조치든, 법률적 지원이든 결국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교육당국에 새삼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자세를 촉구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